시인 박병성님의 시와 함께
[박병성시집] 10. 대나무 숲은 울음소리로 서늘하다
소리행복나눔이
2023. 8. 14. 14:59

대나무 숲은 울음소리로 서늘하다

흐린 가을하늘에 편지를 써-동물원(1989)
대나무 숲은 울음소리로 서늘하다

한여름 대낮 대나무 숲에는
퉁소 소리 같은 바람이 서늘하다

임진년 민중의 활시위 소리와
동학년 농민의 죽창에서 들리는
함성과 함께 서늘하다

매화 합죽선 펼치며 나는 듯 휘도는
관비官婢의 부챗살에서도
시누대 서슬 퍼런 바람 불어 서늘한
몽중헌夢中軒의 오후

세상의 껴안지 못한 아픔들
그 뒷장 이야기들로 자꾸 흔들리는 대나무,
대나무 숲은 세피리 울음소리로 서늘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