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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박병성님의 시와 함께19

[박병성시집] 18.겨울 나무 하나 [송창식-밤눈 Guitar Choi & Song(김나현) acoustic cover] 겨울 나무 하나 눈 내리는 소리라도 들리는 듯 산도 들도 온통 숨죽이는 함박눈 세상 누비 털모자 목도리 하고 길 떠나는 스님의 뒷모습처럼 겨울나무 하나 땅에 와 뿌리 내려 빌린 것들, 받은 것들, 얻은 것들 어느새 다 내주고도 빈가지 하나하나 눈꽃 피우려네 사람들의 눈물만큼이나 따뜻한 함박눈 내리면 쌓이고 쌓이는 그리움 어디 두고 백지로 산다는 게 쉬운 일인가 지우고 간다는 게 어디 그게 쉬운 일인가 어느 봄날 눈꽃 진 눈물 자국 촉촉한 자리에 무슨 꽃 피우려나 빈 가지마다 끝내 눈꽃 피우려네 2024. 1. 30.
한 줄기 먼지로 일어서는 햇살[시인:박병성] [시인:박병성] 아이유-가을아침 한 줄기 먼지로 일어서는 햇살 머리에 여러 생각 구깃구깃 담아두면 가슴에는 곰팡이가 슨다 때로는 가슴 한 켠에 창 하나 열고 한 줄기 먼지로 오는 햇살에 벗겨진 고집으로 병든 마음 꺼내 말리자 가둬놓지 말자 목구멍에 가시로 걸려있는 말들도 푸른 하늘 스치는 바람결에 흐르게 하자 거꾸로 가는 세상 지켜만 보다 부유하는 먼지 뭉쳐 불쏘시개 되어 까맣게 타서 숯이 돼가는 이글거리는 가슴도 식혀주리 그리고 가끔은 믿을 수 없는 사랑 아래로 아래로 물 흐르듯 흐르는 대로 놔두자 부석부석 먼지 이는 메마른 가슴에 언젠가 한 줄기 빗물에도 다시 젖어지는 게 사랑 고여도 썩지 않는 것이 사랑 아니던가 때가 되면 얼치기 정치꾼들 난장을 벌이는 시장판 사랑으로 사랑할 줄 모르는 외딴 그 섬.. 2023. 10. 30.
[박병성시집] 17. 교동도 앞바다 교동도 앞바다 정태춘의 '북한강에서 카라디오 잡음에 섞인 이산가족의 울음소리 얼어붙은 설날 아침, 결빙의 검은 강바닥 강물은 흘러도 흐르지 못한다 두고 온 고향이 영롱한 별빛이라면 서울에 불시착한 가장家長, 삶의 무게만큼 그 중력으로 낙하하여 잘 닦아진 구두 한 켤레로 남아있는 한강대교 밑에서도 쏟아져 내린 별빛을 데리고 강물은 흐를 수가 없다 이제 검은 강물은 시간과 함께 거꾸로 흘러 증기 기관차의 비명 같은 기적소리가 줄달음질친다 순간 굉음과 함께 한강 인도교는 소용돌이치는 비명으로 가라앉는다 영문도 모르고 채 푸른 강물 위에 흩어지는 하얀 꽃잎들 때 늦은 노들섬 진혼제로 그 억울한 영혼들 건져도 보지만 가슴 가슴팍마다 녹슨 파편 조각 하나씩 뽑아도 보지만 강물은 검게 멍든 자리에서 흐를 수 없구나 .. 2023. 10. 24.
[박병성시집] 16.고추밭에서 고추밭에서 박은옥&정태춘-윙윙윙 고추밭에서 손톱만 한 희디흰 꽃들이 바람 잔 별빛 속에서 가을 익어가듯 여물어 매워졌겠는가 지지대 끝자락이 고추잠자리 날갯짓에 붉디붉어졌겠는가 장맛비에 온몸 짓무르고 광기 어린 태풍에 허리마저 꺾어져도 땡볕에 데인 자국 아물리고 어느 불벼락에 난 생채기도 이기려고 안으로 안으로 매몰차졌을 거다 붉게 붉게 알알해졌을 거다 2023. 9. 10.
[박병성시집] 15.가을이 심란하다 가을이 심란하다 주현미-쓸쓸한 계절(Feat.국카스텐) 가을이 심란하다 어제처럼 준비 없이 맞는 이 가을을 낙엽이 실어 나르는 소슬바람 내 안에 드는데 아무 일 없는 듯 넘길 수 있을까 거울처럼 투명해진 하늘을 가으내 아무렇지 않게 올려다볼 수 있을지 가을은 늘 불편하다 어느덧 매미 소리는 풀벌레 소리로 잦아들고 한여름 치열한 대결을 거둔 들판에 서서 한 가닥도 버릴 수 없는 가실볕에 벼나 수수나 강아지풀은 마침내 여물어 낮게 낮게 고개 숙이는 경건함을 나의 현실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 머잖아 마지막 한 잎마저 벗어던질 나목은 지천인데 아무 일 없는 듯 더불어 지날 수 있을지 새의 속깃털처럼 소슬바람 따라 언제든지 떠나갈 수 있도록 나 또한 마음 깊은 곳, 무거운 것들 다 비워낼 수 있을까 아침 이슬 몇 .. 2023. 9. 3.
[박병성시집] 14.촛대바위 갈매기 촛대바위 갈매기 Be (영화 "갈매기의 꿈" OST) - Neil Diamond 촛대바위 갈매기 벼랑 끝에 말라비틀어진 연보라 해국 둥지 하나 틀고 한반도 제일 먼저 솟는 태양을 맞아 그 햇살에 눈부셔 가장 먼저 눈을 뜨는 괭이갈매기 캄차카반도 눈보라 몰아쳐도 일본 열도 비바람 닥칠 때에도 촛대바위 날선 꼭대기에 앉아 흰 갈기 세워 부릅뜬 눈 찬바람에 시린 눈물 촛농처럼 흘러내려 더 단단해진 촛대 하나 보았느냐 본토를 향해 가는 너울에 들려오는 육지의 시비是非 소리는 포말로 뭉개며 가끔은 북쪽에서 흘러온 임자 없는 목선에 몇 대를 이어온 명줄 맡겨 가며 한라에서 백두까지 날고 싶은 독도 파수꾼 파수꾼으로 그곳에 뼈를 묻어야 하는 그지없는 의미 하나 있음을 알겠느냐 반도가 하나 되어 꿈꾸는 고향이 하나 있음을 2023. 8. 25.
[박병성시집] 13.매미는 눈물이 있는가 매미는 눈물이 있는가 해바라기-너 매미는 눈물이 있는가 땅속 벌레가 벗은 7년 생애의 허물이 길어야 스무 날 살 매미의 몸보다 가볍다니 그래서 누군가 보듬고 울고 싶었던 것이다 스무 날 삶의 무게가 7년 어둠의 생애보다 무거워 우는 것이다 메타세콰이어 우듬지에는 못 오르고 머잖아 귀뚜라미 소리에 얹혀 노을빛으로 익어갈 벚나무 둥치 보듬고 우는 까닭은 해마다 웃음소리로 피어나는 벚꽃나무 껍질 속 부드러운 살결에다 삶의 흔적 남기고 짧은 스무 날이 그래서 가장 행복했노라 소리 소리치는 것이다 허물을 벗으면서 죽을 날이 머잖다는 걸 아는 매미는 소리 내어 울어대지만 흘릴 눈물도 없어 소리 소리치는 것이다 2023. 8. 20.
[박병성시집] 12.매미 -부엉이바위에서 매미 소향-가슴만 알죠 매미 -부엉이바위에서 한때는 살아남기 위해서 몸부림쳤었다 그래서 아우성 속 도시의 온갖 혼탁한 소리들을 이기기 위해 목청껏 외쳤던 것이다 한때는 화려한 비상을 꿈꾸며 살아온 어둠의 세월이 의례의 시작인 줄 알았다 그 동굴 박차 나서면 푸른 숲의 바다를 거침없이 비상할 줄 알았다 땅강아지의 강한 이빨도 박쥐의 날카로운 부리도 오직 비단 날개를 꿈꾸며 이겨온 세월이었으니 그깟 거미줄 따위가 위태로울 수 있었을까 그러나 기대의 무너짐으로 지친 어깨 기대선 더는 오르지 못할 왕릉의 바위산 끝자락에서 매미는 아무렇지 않게 흰 구름 유유悠悠하는 멀쩡하게 푸른 하늘이 싫어 이제는 휘어진 소나무 둥치 보듬고 피눈물로 우는 것이다 그리고 보란 듯이 왕조의 그늘에 인고의 허물인 양 비석 하나 뉘어두.. 2023. 8. 20.
[박병성시집] 11.가을로 가는 산길 아이유(IU)-가을 아침 가을로 가는 산길 가을 산은 주인이 없는 게 아니다 조심조심 오를 일이다 바람도 숨죽이며 가람伽藍으로 가는 길 문수사 풍경소리 귓등으로 듣고서 길섶에서 뒹구는 도토리 하나 무심히 밟고 가선 안 될 일이다 문수보살 햇살 공양에 살진 가을 입에 물고 빛바랜 단청 색깔 가을을 지나는 다람쥐도 청솔모도 분주한 하루 제 것 다 내주고 해마다 옷을 벗는 상수리나무는 더는 내줄 것 없어 벌거벗은 몸 감추려 자신을 땅에 묻었다는 지장보살 오늘도 박새란 놈 부처님 머리에 앉아 보시인 양 황금 똥을 싸제쳐도 겨우살이 준비로 걸음걸이 바쁜 스님 바람도 숨죽이며 두고 가는 가을, 가을 산은 어디나 도량道場이다 2023. 8. 19.
[박병성시집] 10. 대나무 숲은 울음소리로 서늘하다 대나무 숲은 울음소리로 서늘하다 흐린 가을하늘에 편지를 써-동물원(1989) 대나무 숲은 울음소리로 서늘하다 한여름 대낮 대나무 숲에는 퉁소 소리 같은 바람이 서늘하다 임진년 민중의 활시위 소리와 동학년 농민의 죽창에서 들리는 함성과 함께 서늘하다 매화 합죽선 펼치며 나는 듯 휘도는 관비官婢의 부챗살에서도 시누대 서슬 퍼런 바람 불어 서늘한 몽중헌夢中軒의 오후 세상의 껴안지 못한 아픔들 그 뒷장 이야기들로 자꾸 흔들리는 대나무, 대나무 숲은 세피리 울음소리로 서늘하다 2023. 8. 14.
[박병성시집] 09. 어느 여름 북한산 어느 여름 북한산 김민기-봉우리 여름 산에서는 느닷없이 소낙비를 만나도 좋다 골짜기 물은 울컥울컥 울음소리로 떠나는가 차마 인연의 끈 놓지 못한 듯 작별 인사처럼 잎새에서 후드득후드득 요란하다 정상으로 가는 길 앞에서 입산 금지령이 내리고 산은 골짜기에 쏟아지는 물을 데리고 이제 그만 도시로 내려가라 한다 나무가 머금은 물비린내와 오뉴월 뜨거운 열기에 쥐어짜진 땀 누린내 뒤섞인 한증막 속에 숨이 막힌다 두려움에 등 떠밀려 뒤돌아보지 못하고 도시로 가는 길목에서 그러나 어쩌다 불어오는 한 줄기 바람에 나는 어느새 탁한 도시, 내 안에 품고 있다 북한산은 오욕汚辱의 도시, 서울을 허락하지 않는 적막한 산이 아니다 너와 나의 치열에 찌든 도시 등에 짊어진 군상들 바람결에 떠도는 흉흉한 소문들 내려놓고 빗물로 .. 2023. 8. 9.
[박병성시집] 08. 1부-나 홀로 산행 [박병성시집] 08. 1부-나 홀로 산행 송창식-산골짝의 등불(When It's Lamp Lightin Time in the Valley) 나 홀로 산행 가끔은 도시를 등지고 도시의 온갖 불순한 흙먼지도 품어주는 산을 닮기 위해 산에 오르라 툭 툭 떨어지는 도토리 한 알처럼 나 또한 자연의 하나, 등짐 다 부려놓고 물병 하나 뒷짐 지고 나를 멈칫거리게 하고 두리번거리게 했던 나의 덧없는 그림자도 고만 남겨두고 산에 오르라 얼마를 더 가야 하냐고 물어 무엇하랴 홀로 산에 오르는 것은 내 안의 사랑했던 것들과 작별하기 위해서 외로워지는 연습을 하는 것 정상으로 가는 길 물어 무엇하겠는가 산에 오르는 것은 어차피 홀로 가는 나를 만나러 가는 것 2023. 8. 8.
[박병성시집] 07. 1부-전화 [박병성시집] 07. 1부-전화 이연실-찔레꽃+엄마엄마 회사 가까운 來美安아파트 옆 비좁은 담 모퉁이 오늘도 어김없이 오뉴월 땡볕 등으로 받으며 상추 오이 깻잎 고추 파 갖다 파는 노인네, 점심 드실 시간인가 보다 허연 비닐봉지에 싼 허연 찐 감자 몇 개 플라스틱 찬합엔 온통 허연 김치뿐, 이윽고 파뿌리 성긴 머리칼 꾹꾹 누른 고개 한번 들지 않던 노인네 낮달맞이꽃 연노랑 빛 연한 미소 얼굴에 번진다 휴대전화에 저장된 웃음 눈가에서 펼치며 기다렸다는 듯이 전화를 받는다 “그래 아가, 난 밥 많이 묵었다 니도 점심 잘 묵었제?” 시집간 딸내미는 노상 엄마가 걱정이다 노인네는 끼니때마다 오는 전화 조금 늦게라도 받을 양이면 가슴부터 쓸어내릴 딸내미가 늘 걱정이다 2023. 7. 27.
[박병성시집] 06. 1부-촛불 god(지오디)-촛불하나 –광화문 거리에서 한 치 앞 내디딜 땅도 없을 때 내일에 어떤 희미한 빛도 보이지 않을 때 세상을 탓하지 마라 품에 안아야 비로소 세상은 아름다운 것 세상을 안은 너의 굵은 눈물 자국에 마지막 까만 심지로 남을 때까지 작은 촛불이라도 돼라 너 언제 한번 오롯이 자신을 불태워 보았던가 청춘아, 한 움큼의 바람에도 춤을 추는 작은 촛불이라도 돼라 온전히 살과 뼈를 태우는 땀과 눈물 그 정도만큼 제 몸의 열기로 남는 법 제 몸의 타는 냄새 맡아가며 칼바람에 흔들리는 촛불로 있어야 비로소 세상은 아름다운 것이다 2023. 7. 20.
[박병성시집] 05. 1부-자유를 위하여 사랑일기[이세준, 함춘호] 아무것도 하지 않을 자유를 위해 나는 오늘 밭에 간다 해질녘 집에 올 때는 그물망도 건져 오리 사랑한다는 말도 아끼리 그리고 영원히 변치 않으리라 맹세하지 않겠다 지금처럼 그대 더 오래도록 사랑하기 위하여… 그리고 훗날 등 뒤의 나로부터 나를 자유롭게 하기 위해 나는 오늘도 한 줄의 시에 얽매인다 2023. 7. 17.
[박병성시집] 04. 1부-파도 1부 : 사람 사는 세상을 꿈꾸며 중에서 장은아님의 의 '고귀한 선물' -노량진 거리에서 1 -노량진 거리에서 1 바닷새 날갯짓하며 꿈꾸며 달려와 해당화 핀 모래톱에 다 와서 흥건한 거품으로 남고 말지만 그까짓 상처쯤 두렵지 않다고 소리치며 다시 일어서 부딪치고 또 부딪쳐 갯바위 앞에서 흰소리로 부서지고 말지만 새벽별 내려와 잠든 윤슬에서 그러나 오늘도 등 따숩게 드러눕지 못하는 것은 갈매기 소리 들리는 너의 울음 받아주겠다는 육지가 내미는 묵은 약속 하나 있기 때문이다 신새벽 수평선 너머 난바다는 꽃들의 성지, 기어이 다시 일어나 외치며 어깨동무하고 또다시 달려오는 것은 질풍노도, 파도는 청춘이기 때문이다 언젠가 한 마리 바닷새 되어 기어이 넘어야 할 저 산 하나 2023. 7. 16.
[박병성시집] 03. 1부-팽나무에 기대어 매월리 시골집의 팽나무가 시하바다를 품고 자란다 인디언수니의 '나무의 꿈' 1부 사람 사는 세상을 꿈꾸며 중에서 -팽나무에 기대어- 베풀고 돌아서면 잊어버리는 것이 사랑 내색하지 않는 사랑 아닌가 나무줄기의 나이테 가장 깊은 지금은 늙어 무기질로 딱딱해진 그곳이 교목을 지탱하게 하나니 바람이 세찰수록 뿌리는 손가락 마디마디 뒤틀리도록 흙을 움켜쥐고 가문 날에는 물기 찾아 마른 땅 파헤쳤나니 그리고 몸통에, 곪아 터진 몸살은 울퉁불퉁 까맣게 속이 탄 옹이로 남기고 바람 잘 일 없는 가지마다 새잎 틔었나니 제 물을 마시지 않는 강江이 말없이 바다에 이르듯 그늘을 주는 팽나무 자신은 잎사귀로 땡볕을 마다하지 않느니 팽나무에 등을 기대면 저절로 감기는 눈 해가뜨고 해가 지는 금빛 하늘의 바다가 항상 고요하듯 텅.. 2023. 6. 24.
[박병성시집] 02. 1부-중독 2023. 6. 20.
[박병성시집] 01. 소개 및 서문 박병성시집 2023. 6.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