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 BRAND NEW SONG, SONG CHANG SIK(K-Apple 786) Side2. 2.밤눈
개인적으로 최고로 생각하는 겨울 노래는 70년대 포크 가수 송창식의 ‘밤눈’이다.
창작곡들로 포진된 1973년 11월 29일 발매된 송창식 3집에 수록된 이 노래는 특별한 사연이 있다.
남성 듀오 트윈폴리오 결성 후 인기를 누리던 송창식은 입대 영장을 받고 가수 활동을 지속할 수 있을지
불안에 시달리며 심란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때 소설가 최인호(음반에는 ‘최영호’로 표기)가 통기타 가수들에게 노랫말을 줘서 곡을 붙이는 작업을 했다.
송창식에게 배당된 노랫말이 바로 ‘밤눈’이었다.
최인호의 서정적인 노랫말도 근사했지만, 미래가 불투명했던 당시의 허탈하고 답답한 젊은 날의 솔직한 심정을 아름다운 멜로디로 담아낸 송창식의 진심은 많은 젊은 영혼들에게 오랫동안 공감대를 형성하며 사랑받았다.
[최인호 감성 에세이 18-19페이지에서 옮긴 글]
고등학교 3학년 졸업식 전날 밤 나는 빈 방에서 홀로 앉아 강산처럼 내리는 어지러운 눈발을 바라보고 있었다.
학교 다닐 때에는 어떻게 해서든 빨리 졸업하기만을 손꼽아 기다리던 나는 그러나 막상 내일로 졸업식이 박두하자 설레이는 불안과 미래의 공포로 할 수 만 있다면 다시 어린 날로 되돌아가고 싶을 정도였다.
내일부터는 마음대로 다방에도 들어가고 술집에도 들어가고 영화관에도 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내일부터는 모든 것이 자유로울 것이다. 머리도 마음 놓고 기를 수 있으며 신사복을 입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막상 졸업식을 하루 앞둔 내 가슴은 벅찬 기대와는 달리 불확실한 공포와 두려움으로 갈팡질팡 흔들리고 있었다.
그때 나는 밤을 새우면서 시를 쓰기 시작했다.
그 시는 아직도 내게 소중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한밤중에 눈이 내리네
소리도 없이
눈 내리는 밤이 이어질수록
한 발자국 두 발자국 멀리도 왔네-
지금은 얼마만큼 떨어져 왔나
아득한 먼 벌판에 눈 멎는 소리
당신은 못 듣는가
저 흐느낌 소리
잠만 들면 나는 그곳엘 간다.
눈발을 헤치고 옛이야길 꺼내
아직 얼지 않았거든 들고 오리라.
아니면 다시는 오지를 않지.
한밤중에 눈이 내리네
소리도 없이
눈 내리는 밤이 이어질수록
한 발자국 두 발자국 멀리도 왔네
고등학교 졸업식 전 날에 쓴 이 시에다 송창식아저씨가 곡을 붙여서 <밤눈>이란 노래를 만들었다. 여러분도 기회가 있으면 한 번 들어 보기 바란다
-송창식선생님께서 부르시는 밤눈은 약간 개사를 하셨다-
한 밤중에 눈이 내리네
소리도 없이
가만히 눈 감고 귀 기울이면
까마득히 먼 데서 눈 맞는 소리
흰 벌판 언덕에 눈 쌓이는 소리
당신은 못 듣는가
저 흐느낌 소리
흰 벌판 언덕에
내 우는 소리
잠만 들면 나는 거기엘 가네
눈송이 어지러운 거기엘 가네
눈발을 흩이고 옛 얘길 꺼내
아직 얼지 않았거든 들고 오리다
아니면 다시는 오지도 않지
한 밤중에 눈이 내리네
소리도 없이
눈 내리는 밤이 이어질수록
한 발짝 두 발짝 멀리도 왔네
한 발짝 두 발짝 멀리도 왔네
-송창식님은 후에 명곡으로 불리우는 '밤눈'을 부르실때에는
"다시는 만들 생각이 없고, 그렇게 부를 수도 없는 어려운 노래"라고 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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