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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박병성님의 시와 함께

[박병성시집] 03. 1부-팽나무에 기대어

by 소리행복나눔이 2023. 6. 24.

 


매월리 시골집의 팽나무가 시하바다를 품고 자란다

 

인디언수니의 '나무의 꿈'


 

1부 사람 사는 세상을 꿈꾸며 중에서

-팽나무에 기대어-

 

베풀고 돌아서면 잊어버리는 것이 사랑
내색하지 않는 사랑 아닌가

나무줄기의 나이테 가장 깊은
지금은 늙어 무기질로 딱딱해진 그곳이
교목을 지탱하게 하나니

바람이 세찰수록 뿌리는
손가락 마디마디 뒤틀리도록 흙을 움켜쥐고
가문 날에는 물기 찾아 마른 땅 파헤쳤나니

그리고 몸통에, 곪아 터진 몸살은
울퉁불퉁 까맣게 속이 탄 옹이로 남기고
바람 잘 일 없는 가지마다 새잎 틔었나니

제 물을 마시지 않는 강江이
말없이 바다에 이르듯
그늘을 주는 팽나무
자신은 잎사귀로 땡볕을 마다하지 않느니

팽나무에 등을 기대면 
저절로 감기는 눈

해가뜨고 해가 지는
금빛 하늘의 바다가 항상 고요하듯

텅 비운 몸으로 그늘은 여전하고
엄마의 밥상에는 늘 별들로 가득하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