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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음악이야기 (세상의모든음악편)

●[세상의 모든음악 8집-12집]● 수록곡과 가수들의 정보와 이해를 돕는 관계자료소개를 1차로 마감하며...

by 소리행복나눔이 2023. 8. 21.

2022년 2월 24일 세상의 모든음악8집 

●001● La Boum - L'Orchestre National de Lyon (Cond. Vladimir Cosma)
[세상의 모든음악 8집]01. La Boum - L'Orchestre National de Lyon (Cond. Vladimir Cosma)을 시작으로

 

2023년 8월 19일 소개한 세상의 모든음악12집

●080●If I Could Meet Again-푸딩(Pudding)
[세상의 모든음악 12집]17. If I Could Meet Again-푸딩(Pudding)까지 1차 마무리하였습니다

 

1년6개월동안 

KBSFM에서 방송되는 세상의 모든음악에서 방송되고 발매한 음반을 소개하며 함께 감상하는 좋은 기회를 가졌습니다

그동안 정리했던 곡들은  모두 80곡이었구요

 *8집  16곡 2015년 발매
* 9집  15곡 2017년 발매
*10집 16곡 2019년 발매
*11집 16곡 2020년 발매
*12집 17곡 2022년 발매

그동안 방송작가님들의 간단한 곡 해설을 중심으로 해당곡과 관련한 곡과 가수들 그리고 해당곡들과 관계된 사진과 유튜브등을 찾아서 나름대로 충실히 곡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정리하여 소개하였습니다

어떤곡들은 정보를 찾기 어렵기도 하여 외국 사이트나 그들을 소개한 외국 홈페이지까지 찾아가며 열심히 정리하였습니다

귀한 사진들과 자료를 찾았을 때에는 더 없는 희열을 느끼기도 하였습니다.

그 유명한 각 나라의 보물같은 세상의 모든 많은 곡들을 감상하면서도 이들의 정확한 가수와 곡 해설을 찾기가 너무 어려워서 힘들기는 하였지만 하나씩 배우면서 더욱 보람을 느끼기도 하였습니다

 

음악이란 원래 만들고 부르는 사람의 것이기는 하지만 이런 곡들을 감상하며 자신에게 전해주는 감성은 각자 자신마다 모두 다르듯이 다시듣고 불러보며 결국은 내 자신의 것이된다는걸  평소에 많이 느끼고 있습니다.

어떨 때는 자신의 어려움과 절망을 극복하기도 하고  어떨 때는 자신에게 환희를 주기도 하며 어떨 때는 향수냄새를 느끼기도 하지만 또한 내 아픈구석을 할키고 가기도 하는 이상한 매력들이 있습니다.

 

향 후 제 자신이 좀 더 숙성하길 기다리며 여기서 1차 마감하고

세상의 모든음악 1집~7집까지도 언젠가 정리 할 기회를  기다리겠습니다

그동안 많은 관심과 격려.....

고마웠습니다


 

잠깐 KBS 세상의 모든 음악 방송 사이트를 먼저 소개 드리며 이런 주옥같은 곡들을 음반으로 꽃 피운 KBS담당자들께 고마움 전합니다.

https://program.kbs.co.kr/1fm/radio/musicall/pc/index.html

 

세상의 모든 음악

저녁 6시에서 8시 사이, 또 다른 하루가 시작되는 시간입니다. 오늘도 수고한 당신을 위해 ‘세상의 모든 음악’은 다양한 음악으로 저녁...

program.kbs.co.kr

 
저녁 6시에서 8시 사이, 또 다른 하루가 시작되는 시간입니다. 오늘도 수고한 당신을 위해 ‘세상의 모든 음악’은 다양한 음악으로 저녁을 채워드립니다. 클래식부터 크로스오버, 월드뮤직, 재즈에 이르기까지 장르의 제한 없이 세상의 모든 좋은 음악을 열심히 찾아 듣고 아낌없이 들려드리겠습니다. 이곳에서 좋은 음악과 함께 평안하고 행복하시기를...
ClassicFM, 월~일 18:00~20:00 연출정혜진  작가장유림  진행전기현

 


세상의 모든음악 8집~12집까지 소개했던 KBS 담당자님들의 음반소개와 곡 해설을 덧붙여 올립니다

담당자님들의 글의 일부를 인용하였음을 양해 바라며 아울러 고마움 전합니다.

 

[세상의 모든 음악 8집 - 저녁에, 당신에게...]

 

음반소개
저녁에, 당신에게 꽃다발을 대신해 브라질에서 노르웨이까지 세상 곳곳을 담은 이 음악을 드립니다.

노을 지는 저녁 일상의 풍경을 더욱 아름답게 해 줄 불멸의 영화 음악, 프랑스 리옹국립오케스트라의 연주로 듣는 “La Boum"을 비롯하여 까에따누 벨로주의 ”Ceu de Santo Amaro“, 카운터 테너 안드레아스 숄의 "In Stiller Nacht", 리얼 그룹의 ”Friendship", 로드 맥컨의 “You” 등 국내 미발매 음원들이 포함된 보석 같은 세계 월드뮤직 16곡을 만나실 수 있습니다.

[저녁에, 당신에게...]

나의 저녁을 구성하고 있는 건 무엇일까, 생각해 봅니다.
열심히 일한 뒤에 남은 고단함, 쓸쓸함, 이렇게 살아도 좋은가 싶은 한숨, 이런 것들이 나를 늦가을 저녁 바람처럼 뒤흔들어도,
나를 살게 하는 건 '한 줌의 믿음'. 그 믿음의 정체는 바로 '당신' 입니다.

당신, 소금의 맛을 결정하는 건 3%의 불순물이라는 걸 알고 있나요?
97%의 순수한 무엇이 아니라 3%의 불순물이 나를, 당신을 결정할 지도 모릅니다.
나는 소금이 아니므로 3%의 고단함이나 쓸쓸함이 내 인생의 향기를 결정하도록 만들지 않겠습니다.
나에게는 97%의 당신이 있으니......

소중한 당신, 저녁에 더욱 간절한 당신, '오늘 하루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라고 인사하면 울컥하는 당신에게
꽃다발 대신 이 음악들을 보냅니다.

[썼다 지우기를 반복했던 첫 사랑의 연애편지처럼...]

조금은 거창하게 얘기하자면, 나에게 '세상의 모든 음악' 은 운명적인 프로그램이다.
어느 저녁 퇴근 길, 라디오에서 흘러나온 낯설면서도 매혹적인 음악들,
시시각각 변하는 노을과 어우러져 하나가 되던 그 음악들을 만난 순간,
'세상의 모든 음악'은 내 인생의 프로그램이 되었다.
그리고 지금, 내가 위로를 받던 그 프로그램을 만드는 행복한 프로듀서가 되었다.

방송이 시작되는 저녁 6시... 일상의 고단함을 뒤로 하고 저마다의 쉼터로 돌아가는 이 시간은
누구에게나 휴식과 위로가 필요한 시간이다. 그래서 '세상의 모든 음악'의 주제는 변함없이 '위로'다.
어느 하루도 위로가 필요하지 않은 날이 없음을 알기에,
썼다 지우기를 반복했던 첫 사랑의 연애편지처럼, 위로를 배달하는 사명감으로 충만한 집배원처럼
'세상의 모든 음악'을 공들여 채워 왔다고 수줍게 고백한다.

이 앨범이, 서투르지만 진심만큼은 가득했던 지난 시절 손편지처럼 여러분에게 닿기를 소망한다.
올해로 열세 살을 맞은 '세상의 모든 음악'에 한결같은 감동으로
세음의 언어를 채워주는 김미라 작가와 가슴으로 감동을 전달하는 진행자 전기현 그리고
변함없이 '세상의 모든 음악'을 애청해 주시고 아낌없는 격려와 지지를 보내주시는
애청자 여러분들께 깊은 고마움을 전한다.

KBS 클래식FM [세상의 모든 음악] 프로듀서 안종호

제작사 리뷰
곡 소개
01_ La Boum - L’Orchestre National de Lyon (Cond. Vladimir Cosma)

많은 사람들이 한 사람을 마음 벽에 붙이며 청춘을 건너간다. 영화 '라 붐(La Boum)'의 소피 마르소는 아마도 많은 사람들의 추억 속에 장기투숙 중인 '당신'일 것이다.
리처드 샌더슨이 부른 라 붐의 주제곡 'Reality'를 오케스트라 버전으로 들으면 세월과 함께 성숙한 '당신'을 만나는 느낌이 든다.

영화 음악을 담당했던 루마니아 출신의 작곡가 블라디미르 코스마(Vladimir Cosma)는 프랑스 리옹 국립오케스트라와 함께 한 음반 [Vladimir Cosma dirige l'Orchestre National de Lyon; 블라디미르 코스마, 리옹 국립오케스트라를 지휘하다]에 이 곡을 수록했다. 한 편의 영화가, 한 곡의 영화음악이 얼마나 오래 사람들의 마음에 머무를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La Boum', 섬세한 오케스트라 연주가 이브닝 드레스를 입은 소피 마르소를 만나는 듯 아름답다. 세상의 모든 음악 8집 [저녁에, 당신에게...]를 여는 곡으로 망설임 없이 이 곡을 선택했다.

02_ Ceu de Santo Amaro 산투 아마루의 하늘 - Flavio Venturini & Caetano Veloso

가을 저녁, 깊고 푸르고 어둑한 하늘이 펼쳐질 때 'Ceu de Santo Amaro'를 듣는다면, 그리움을 감당할 수 없을 지도 모른다.
침묵하는 공기를 부드럽게 흔들며 시작되는 기타의 선율, 그리고 이어지는 플라비우 벤뚜리니(Flavio Venturini)의 목소리는 언제나 마음을 뒤흔들어 놓는다.

브라질을 이루는 두 개의 축이 '열정'과 '그윽한 깊이'라면 브라질 대중음악의 기수 Flavio Venturini와 그의 오랜 친구 까에따누 벨로주(Caetano Veloso)는 '그윽한 깊이'를 대표하는 가수들이다.
두 거장이 나직하게 들려주는 이 곡, 잘 알려진 것처럼 Bach의 'Arioso'에 가사를 붙인 곡이다. '세상의 모든 것이 문득 다 사라지고 오직 두 사람만이 존재하는 것 같고, 세상 모든 것이 그들의 사랑에 헌신하기 위해 있는 것 같다'고 노래하는 사랑의 찬가다. 남성 듀오가 이토록 아름다운 하모니를 들려줄 수 있다니, 그것도 브라질의 남자들이... 그렇다면 우리는 그동안 브라질을 잘 모르고 있었거나 오해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03_ Friendship - The Real Group

리얼 그룹은 현재 진행형으로 활동하고 있지만 이미 '아 카펠라의 전설'이 되었다.
스웨덴 왕립음악원의 졸업연주회에서 첫 공연을 시작한 이후로 서른 해 동안 그들은 북유럽의 감성을 담은 음악에서부터 클래식, 전 세계의 포크 뮤직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노래를 불렀다.
그들의 화음이 닿지 않은 곳은 어디일까? 피카소 그림의 진짜 매력은 철저한 기본기에 있는 것처럼 리얼 그룹의 진짜 매력도 그들의 목소리가 표현하는 묵직한 기본기에 있다.
그 위에 펼치는 화려하고도 다양한 음악의 결, 공연 때마다 심혈을 기울여 선보이는 퍼포먼스는 이들이 얼마나 노력하는 뮤지션인지를 증명한다.

'Friendship'은 리얼 그룹의 멤버 Anders Edenroth가 아들에게 주는 메시지를 담은 곡이다.
한 번뿐인 인생의 항해를 떠나는 아들이 진정으로 꿈꾸는 삶에 잘 도달하기를, 진정한 친구들과 깊은 우정을 나누며 멋진 항해를 하기를 기원하는 마음을 담았다.

04_ Ciao Ninin - Fabio Concato

'햇살에도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있듯이 목소리에도 시인의 목소리가 존재한다'고 믿는다.
이탈리아 출신의 싱어송 라이터 파비오 꼰까또(Fabio Concato)가 나직하게 'Ciao Ninin'을 부르는 순간, '이 목소리는 시인의 목소리'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예감은 빗나가지 않았다. 그는 어머니가 쓴 시를 읽고 재즈 뮤지션인 아버지가 들려주는 음악을 들으며 예술적인 환경에서 성장했다.

'안녕, 니닌... 말로는 할 수 없었던 사랑을 노래에 실어 보내.' 머뭇거리면서도 사랑하는 마음을 사각사각 써내려가는 Fabio Concato의 러브레터가 저녁에, 당신의 우편함에 도착해 있다.

05_ In Stiller Nacht 고요한 밤에 - The Idan Raichel Project (Ft. Andreas Scholl)

성스러운 종소리, 피아노, 그리고 카운터 테너 안드레아스 숄(Andreas Scholl)의 미성, 그것이 전부가 아니다. 이스라엘의 뮤지션 이단 라이헬(Idan Raichel)의 이국적인 선율이 클래시컬한 선율과 만나고, 후반부에는 타악기가 역동적인 분위기까지 고조시킨다. 바로 이런 것이 '세상의 모든 음악'의 아름다움이 아닐까.

작곡가이자 키보드 연주자인 Idan Raichel은 이스라엘 음악만이 아니라 중동의 이국적 선율과 북아프리카 음악까지 아우르는 에스닉한 음악을 선보인다.
평소 Idan Raichel의 음악에 관심이 많았다는 Andreas Scholl, 그는 'In Stiller Nacht'를 피처링하며 이 독특한 뮤지션과 의미있는 작업을 했다.
중동의 이국적인 선율과 클래식의 조합으로도 흥미롭지만, 이스라엘과 독일 예술가의 만남이라는 점에서도 무척 아름답다.

06_ Passage of the Heart - Omar Akram

음악에는 그 음악이 자란 토양이 있다. 그러므로 어디에서 새로운 꽃을 피운다 하더라도, 하다못해 침묵이나 한숨 속에도 그 토양의 흔적이 스며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활동하는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 오마르 아크람(Omar Akram)의 음악에서는 서걱거리는 아프가니스탄의 모래가, 파미르 고원에서 불어온 바람이 만져질 것 같다.

Omar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진 그는, 외교관 아버지를 따라 어린 시절을 프랑스, 체코, 쿠바, 미국 등에서 보냈다. 다양한 나라를 떠돌며 살았던 Omar는, 자신이 겪은 문화적 차이를 '기쁨으로 받아들였다'고 썼다. 그 대범하고 깊은 자세가 그의 음악을 탄탄하게 만들었다. 저마다의 아름다움을 가진 다양한 문화를 용광로처럼 녹여내면서도 자신을 길러낸 토양을 잊지 않는 Omar Akram의 음악, 'Passage of the Heart'에서도 그 매력을 흠뻑 느낄 수 있다.

07_ Alexandria - Evanthia Reboutsika (Ft. Caroline Lavelle)

그리스의 여성작곡가 에반씨아 레부치카(Evanthia Reboutsika)의 음악은 그리스를 넘어 지중해를 품은 음악이다. 어린 시절부터 바이올린을 배웠고, 프랑스에서 음악공부를 한 그녀는 미키스 테오도라키스나 마노스 하지다키스와는 조금 다른 그리스 음악을 들려준다. 그녀는 전생에 집시가 아니었을까?
기타와 바이올린은 물론이고 부주키와 타악기에 이르기까지, 지중해의 정서를 폭넓게 아우르는 선율과 악기의 배합이 그녀의 음악을 더욱 매혹적으로 만든다.

푸르고, 맑고, 어디에도 없는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Alexandria'의 가을 하늘에서 Evanthia Reboutsika는 'Salam'(평화)를 읽어낸다.
그녀의 음악 혼을 영국 출신의 보컬 Caroline Lavelle이 굵은 실로 짠 타피스트리처럼 더없이 잘 표현해내고 있다. Evanthia Reboutsika의 첫 번째 작품집 '별과 소망'(To Asteri Kai I Evgi)에 수록되어 있는 'Alexandria'에는 'Ya Salam'이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한다. 아랍어로 '평화'를 의미하는 'Salam'이라는 단어가, 'Alexandria'의 저녁 하늘에 번지는 노을처럼 당신에게도 번져가기를...

08_ Den Tara 눈물 - Skruk

노르웨이의 스크루크(Skruk) 합창단은 월드뮤직의 진정한 정신을 오랜 세월 실천하고 있는 합창단이다.
북유럽의 음악은 물론이고 안데스 성가와 러시아의 민요에 이르기까지, 그 지역의 정서에 녹아들어 그 지역의 사람들처럼 노래한다.
'모스크바 발랄라이카 4중주단'의 발랄라이카 연주에 맞춰 러시아의 민요를 노래하는 스크루크 합창단은 아름답다.
'나'이면서 동시에 '그들'이므로. 그래서 '나'와 '그들'을 '우리'로 이어주므로.

'세상의 모든 음악'을 듣다 보면 음악보다 더 아름다운 영혼을 자주 만난다. Skruk 합창단이 펼쳐 온 오랜 활동처럼.

09_ Oblivion - Tomeu Estaras

Astor Piazzolla의 1984년 작품 'Oblivion'은 이탈리아 영화 '엔리코 4세'를 위한 영화음악이었다.
이탈리아 영화와 아르헨티나 탱고의 행복한 결혼이 가능했던 것은 아마도 Piazzolla가 이탈리아계 이민자의 아들이기 때문일 것이다.

'Oblivion'은 Piazzolla의 음악이 마침내 도달한 평온한 언덕 같다.
밀롱가의 느린 리듬이 잃어버린 퍼즐들을 천천히 불러오는 것 같은 'Oblivion'은 반도네온이나 기타, 첼로 등 수많은 악기로 연주되었다.
더 이상 새로운 'Oblivion'은 없을 것 같았는데, 스페인 바르셀로나 출신의 또메우 에스따라스(Tomeu Estaras)의 리코더 연주는 그 예상을 유쾌하게 뛰어넘는다.
거의 모든 사람들에게 최초의 악기였던 리코더가 이렇게 훌륭한 악기였던가!
Tomeu Estaras는 마치 전설 속의 피리 부는 사나이 같다. 리코더 연주로 듣는 'Oblivion', 이 느긋하고 뭉클한 감동은 Astor Piazzolla의 힘일까, 리코더에 혼을 불어넣은 연주자 Tomeu Estaras의 능력일까? 귀가, 마음이 행복해진다.

10_ Waltz - Kari Bremnes

노르웨이의 싱어송 라이터 카리 브렘네스(Kari Bremnes)가 들려주는 'Waltz'는 한 점의 그림 같고 한 편의 영화 같다. 낙엽 지는 늦가을 저녁에 지펴놓은 벽난로의 불빛 같은 곡, 일렁이는 추억 속의 그를 불러와 영혼의 왈츠를 추는 슬픈 연인이 그려진다.

추억 속에서 불러낸 당신, 달빛 아래에서나 온 밤을 지새울 때 홀연히 만날 수 있는 당신. 결코 지겨워지지도 않고 늙지도 않을 당신, 그의 숨결을 마주하는 순간을

Kari Bremnes는 'Waltz'라고 표현했으리라. 현실의 춤이 아니라 영혼의 왈츠를 추는 신비로운 분위기가 Kari Bremnes의 목소리에서, 악기의 표현에서 느껴진다.
북유럽과 아일랜드의 매력을 뒤섞어 놓은 것 같은 Kari Bremnes의 목소리가 아득히 먼 곳에서 들려오는 신화처럼 느껴진다.
늦가을 저녁, '부재중인 당신'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에겐 치명적인 목소리다.

11_ Fields of Gold - Arild Andersen, Frode Alnæs, Stian Carstensen

'서풍이 불어와 보리밭이 일렁일 때면 당신은 나를 기억하겠죠.
황금빛 들녘에서 그녀는 말했죠. 내 곁에 있어줘요. 내 사랑이 되어주세요.
내 삶이 끝날 때까지 우린 황금빛 들녘을 함께 거닐겠죠. 우리의 가장 빛나던 시절을...'

스팅의 노래로 귀에 익숙한 'Fields of Gold'를 노르웨이 거장들의 연주로 듣는다.
아릴드 안데르센(Arild Andersen)이 들려주는 콘트라바스는 드넓은 들녘 같고,
프로드 알네스(Frode Alnæs)의 기타 연주는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
스티안 카르스텐슨(Stian Carstensen)의 Banjo 음색은 황금빛 들녘을 비추는 햇살 같다.
스팅의 목소리가 없어도 스팅의 목소리가 연상되듯, 언젠가 스팅의 목소리로 이 노래를 듣는다면 그때에는 이들의 연주가 귓가에 아른거릴 것 같다.
노르웨이의 거장들이 들려주는 묵직하고 따뜻한 선율에 기대어 황금빛 들녘을, 빛나던 한 시절을 헤아려본다.

12_ Skye Boat Song - John Boswell

스코틀랜드 민요 'Skye Boat Song'은 18세기 스코틀랜드의 슬픈 역사를 담고 있다.
스카이 섬 인근의 뱃사공들에게 구전되어 내려오던 이 곡은 영국과의 전투에서 패배한 스코틀랜드 왕이 스카이 섬을 거쳐 국외로 탈출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엄마가 자녀에게 들려주고 싶은 동요로도 사랑 받고 있는 아름다운 노래지만, 'Skye Boat Song'에는 묵직한 역사적 아픔이 새겨져 있는 것이다.

미국 출신의 켈틱 뮤지션 존 보스웰(John Boswell)은 바로 그 서사를 피아노에, 첼로에, 휘슬에 담아내었다.
아름다움만큼의 슬픔을 씨줄로, 슬픔만큼의 맑고 고운 느낌을 날줄로 엮어 담담하게 연주한다.
이 노래에 아기를 태워 잠재우면 드넓고 평화로운 꿈을 꿀 것 같다.

13_ Danny Boy - Aoife Ni Fherraigh

세상에는 도대체 얼마나 많은 'Danny Boy'가 있는 것일까?
멀리 떠나는 연인을 위해 여인들이 불렀다는 노래, 20세기에 들어서는 전쟁터로 떠나는 아들을 위해
부모들이 불러주었다는 'Danny Boy'는 성악가는 물론이고 전 세계의 대중 가수들도 앞 다투어 불렀다. 그러므로 우리는 세상에 얼마나 많은 'Danny Boy'가 존재하는지 끝끝내 알 수 없을 것이다.
오늘도 누군가가 'Danny Boy'를 부르고 있을지도 모르니까.

아일랜드를 대표하는 가수 Aoife Ni Fherraigh가 부르는 'Danny Boy'는 이별하는 연인에게 건네는 하얀 손수건 같다.
그녀 목소리에 담긴 떨림을 '그리움'이라고 해석해 본다.

Aoife Ni Fherraigh, 이 이름을 어떻게 불러야 할까?
우리말 발음으로는 '이프 니 아리'라고 읽는다. 이렇게 읽기도 쓰기도 어려운 수수께끼 같은 언어를 해독하며 하나씩 퍼즐을 맞춰가는 것도 '세상의 모든 음악'을 접하는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14_ Dap 세례 - Sigvart Dagsland

스팅의 목소리일까? 시그바르트 닥슬란(Sigvart Dagsland)의 목소리를 처음 듣는 사람들은 잠시 혼란스러울 것이다.
'북유럽의 스팅'이라는 별명을 가진 노르웨이의 뮤지션 Sigvart Dagsland은 교회합창단의 보이 소프라노로 음악 활동을 시작했고, 현재는 가장 노르웨이적인 음악을 들려주는
음악가로 손꼽힌다. 'You call it love'로 유명한 Karoline Kruger의 남편이기도 하다.

Sigvart Dagsland은 그의 고향인 Stavanger를 둘러싼 빙하와 피요르드 같은 음색을 가졌다.
차가우면서 동시에 안개처럼 아득한 목소리로 들려주는 Sigvart Dagsland의 노래는 대체로 종교적 위안을 담고 있다. 'Dap'(세례)라는 의미를 가진 이 곡도 그렇다.
고독한 삶에 던져진 사람들에게, 삶과 죽음이 던지는 질문에 맞닥뜨린 사람들에게 신의 은총을 베일처럼 드리우는 목소리.
Sigvart Dagsland의 노래야말로 세례 그 자체이자 고요한 평화다.

15_ Winter’s Dream - Paul Winter

가을 반, 겨울 반의 계절, 그 경계를 넘나들 때 눈이 내린다.
사각이며 내려쌓이는 눈발, 그것이 사랑하는 사람의 발자국 소리처럼 들려
자꾸 문을 열어 확인하고 싶은 저녁, 그 풍경에 가장 어울리는 음악을 꼽으라면 단연 폴 윈터(Paul Winter)의 'Winter's Dream'이다.
눈이 내려 길을 다 지우고 나무마다 하얀 꽃을 피워놓은 한 겨울, 사랑하는 두 사람이 눈밭에 발자국을 만들며 걸을 때 그때 가장 어울리는 음악 역시 'Winter's Dream'이다.

눈 내리는 꿈을 꾸고 싶은 날 듣고 싶은 음악도 바로 이 곡이며, 마음 속에 간절한 소망이 들어설 때 듣고 싶은 곡도 'Winter's Dream'이다.
미국의 뉴 에이지, 재즈 뮤지션 Paul Winter는 뉴욕의 한 성당에서 'Winter's Dream'을 녹음했다.
이 음악들이 성스러운 혼인의 음악이 되고, 사랑의 증거가 되기를 바란 Paul Winter의 꿈이 음악 속에 따뜻하게 녹아 있다.

16_ You - Rod McKuen

'영혼의 시인', '노래하는 성자'로 불리던 로드 맥컨(Rod McKuen)이 지난 겨울 세상을 떠났다.
언제든 남루한 천막을 거둬 홀연히 떠나는 유목민처럼 살았던 그는 'Listen to the Warm'이라는 시집도 발표한 진정한 시인이었다.
Rod McKuen이 부르는 'You'를 [저녁에, 당신에게...] 드리는 엔딩 곡으로 마련했다.
그는 세상을 떠났지만 우리는 여전히 'Rod McKuen'이라는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읽지 못한 것만 같다.

'작은 고양이의 걸음걸이처럼 밤이 오고 하루가 저물고 있네요.
여름의 잔영이 조금씩 멀어지고 있어요. 그러나 이대로 겨울이 온다 해도 상관없어요.
바람 부는 생의 골목을 돌아와 나는 언제나 그대를 알아볼 테니. 큰 길 가의 언덕은 황갈색으로 물들었고, 마을엔 쓸쓸한 저녁이 내려앉았습니다.
그런 저녁이 찾아와도 괜찮아요.
어둠 속으로 걸어 내려가 나는 언제나 당신을 알아볼 테니. 어떤 순간이 온다 해도, 어떤 계절이 온다 해도 나는 걱정하지 않았어요.
당신이 언제나 거기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니까.'

첼로보다 더 그윽한 목소리로 Rod McKuen이 '당신'을 호명한다.
그가 'You'를 부르면, 그 순간은 언제나 현실의 시간과 상관없이 낙엽 지는 늦가을 저녁이 된다.



 

[세상의 모든 음악 9집 - 발매 15주년 기념 앨범 [LP]..]

음반소개
열다섯 그루 나무가 나란히 서있으면
울타리가 될 수도 있습니다.
바람도, 햇살도, 마음 따뜻한 사람들도
무시로 통과시키는 착한 울타리.
혹시 마음이 서러운 날에는 녹말이 가라앉듯
설움이 가라앉을 때까지 기댈 수 있는
울타리가 될 수 있습니다.

열다섯 그루 나무는
작은 정원을 이룰 수도 있습니다.
새들의 지저귐과 음악과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하나로 어우러지는 작은 정원.
해질 무렵, 그 정원에
편안한 의자 하나 내어놓고 저물어가는 것을
고요히 바라보고 싶은 그런 정원.

‘세상의 모든 음악’이 심어 놓은
열다섯 그루의 나무가 길 위의 사람들이
잠시나마 기댈 수 있고 보호받을 수 있는
울타리가 되었기를,
걸음을 멈추고 잠시 쉬어 가는
정원이 되고 휴식이 되었기를 소망합니다.

이 정원에 자주 들러 마음을
나누어 주신 분들게 감사드립니다.


[수록 내용]

Side A

01_ Tiger in the Night / Colin Blunstone

‘세상의 모든 음악’의 시그널 뮤직 ‘Tiger in the Night’은 작곡가 마이크 바트 Mike Batt가 윌리엄 블레이크 William Blake의 시 ‘The Tyger’에 영감을 받아 작곡한 곡이다. 1794년에 발표된 시 ‘The Tyger’는 이렇게 시작된다. ‘Tyger Tyger, Burning Bright, in the Forests of the Night’. 호랑이는 ‘순수의 세계’에 대비되는 ‘경험의 세계’를 상징한다고 영문학에서는 해석한다.

이 곡은 명배우 헬레나 본햄 카터 Helena Bonham Carter가 주연했던 영화 ‘A Merry War’(원제 ‘Keep the Aspidistra Flying’)의 테마곡으로 사용되었다. 마이크 바트가 지휘하는 로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연주로 귀에 익은 ‘Tiger in the Night’을 콜린 블런스톤 Colin Blunstone의 노래로 듣는다. 콜린 블런스톤은 1945년 생으로 한때 Alan Parsons Project의 객원 보컬이었고, Rock 그룹의 리더로 활동하기도 했다. 마이크 바트가 클래식에서 Rock, 오페라까지 아우르는 전방위 음악가인 것처럼 콜린 블런스톤 역시 Rock에서 클래식까지 어떤 장르든 소화해내는 스펙트럼 넓은 목소리를 들려준다.

02_ Imagine / Eva Cassidy

기타 하나로도 듣는 사람들을 사로잡는 에바 캐시디 Eva Cassidy. 어쩌면 기타 하나만 들고 노래하기 때문에 그녀의 목소리는 더 깊고 호소력이 있는지도 모른다. 1981년부터 지역 밴드에서 기타리스트로, 보컬로 참여했고, 1992년에는 척 브라운 Chuck Brown과 함께 음반을 냈으나 주목 받지는 못했다.

1996년, 워싱턴의 재즈클럽에서 노래하는 에바 캐시디를 친구들이 캠코더에 담았다. ‘Live at Blues Alley’는 에바 캐시디의 유작이 되었다. 1996년 11월, 에바 캐시디는 피부암으로 33년의 짧은 생을 마감했다. ‘기타 치고 노래만 부르면 되니, 나는 세상에서 가장 쉬운 직업을 가지고 있어요’하고 말했다는 에바 캐시디. 그녀가 남긴 노래 중에는 여기 수록된 ‘Imagine’을 비롯해서 ‘Tennessee Waltz’, ‘고엽’, ‘Fields of Gold’같은 리메이크 곡들이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자신의 노래보단 이미 알려진 노래를 불러야 하는 무대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다른 사람의 노래를 부를 때에도 그녀는 마치 그녀가 처음 부르는 것처럼 색다른 해석을 들려준다. 존 레논 John Lennon의 명곡 ‘Imagine’을 이렇게 거침없이 부르는 가수가 또 있을까? 존 레논의 ‘Imagine’과는 또 다른, 에바 캐시디만의 ‘Imagine’이다

03_ To Treno Fevgi Stis Okto (기차는 8시에 떠나네) / Nicos

그리스를 대표하는 작곡가 미키스 테오도라키스 Mikis Theodorakis는 “나에게 노래의 의미는 ‘폭탄이 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리스 현대사의 비극적 시대에 던져진 ‘노래로 만든 폭탄’, 그의 의도대로라면 ‘기차는 8시에 떠나네’는 가장 강력한 폭탄이자 가장 아름다운 폭탄이었을 것이다. 테오도라키스는 그리스의 중산층이 외면하던 렘베티카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었다. 니코스 Nicos의 연주로 듣는 ‘기차는 8시에 떠나네’는 아그네스 발차 Agnes Baltsa의 노래로 듣는 것보다 훨씬 더 렘베티카다운 느낌을 담고 있다. 그리스의 전자 바이올리니스트 니코스는 유명한 클라리넷 연주자였던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9살 때부터 바이올린을 연주했다. 미키스 테오도라키스, 야니 Yanni 같은 그리스 음악가들과 함께 활동했고, 그리스를 사랑한 가수 밀바 Milva와 함께 연주하기도 했다.

11월, 안개 자욱한 8시의 기차역. 카테리니 행 기차가 품고 있는 애절한 이야기를 속으로 삼키며 니코스의 연주를 들으면, 저마다의 사연을 가진 기차가 이제 막 플랫폼을 떠나고 있는 듯하다. 미키스 테오도라키스가 말한 ‘폭탄’의 의미를 알 것 같다.

04_ The Dark Night of the Soul / Loreena McKennitt

‘세상의 모든 음악’이 시작되던 2002년, 청취자들로부터 가장 많은 리퀘스트를 받은 곡 중의 하나가 ‘The Dark Night of the Soul’이다. 먼 나라의 전설을 들려주듯 아득하게 노래하는 로리나 맥케니트 Loreena McKennitt는 캐나다 출신이면서도 켈틱 음악을 하는 뮤지션이다. 부모가 아일랜드와 스코틀랜드에서 건너왔으니 켈틱 음악은 그녀의 운명이었는지도 모른다. ‘내가 음악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 음악이 나를 선택했다’고 말하는 로리나 맥케니트는 여행을 통해, 셰익스피어나 예이츠의 시 같은 고전을 통해, 다른 문화권의 언어와 철학과 종교를 연구하면서 음악적 영감을 얻는다.

‘The Dark Night of the Soul’은 기독교와 이슬람, 유대교가 공존하던 15세기 스페인에서 영감을 받은 음반 [The Mask and Mirror]에 수록되어 있으며, 십자가의 성 요한 St. John of Cross의 시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곡이다. 그러므로 이 곡에서 안개 자욱한 중세의 밤이 느껴지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05_ The Railway Station / Evanthia Reboutsika

1959년, 터키의 이스탄불을 무대로 펼쳐지는 영화 ‘터치 오브 스파이스 A Touch of Spice’에는 향신료 가게를 운영하는 할아버지가 알려주는 신비로운 세계와 어린 파니스의 첫 사랑이 매혹적으로 펼쳐진다. 파니스는 첫사랑 소녀와 빨간 우산을 들고 보스포러스 해협의 등대로 간다. 동양과 서양을 동시에 품고 있는 바다는 아름다웠지만, 두 세계를 함께 품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라는 듯 빨간 우산은 바람을 타고 날아가 버린다. 그리스와 터키의 분쟁으로 파니스는 이스탄불을 떠나게 된다. 기차역에서 첫사랑 소녀와 이별할 때, 소년의 안타까운 걸음을 따라 흐르던 에반씨아 레부치카 Evanthia Reboutsika의 음악 ‘The Railway Station’은 소년이 안으로 삼킨 모든 눈물과 슬픔을 대신 전하고 있다.

우리에겐 ‘Alexandria’라는 곡으로 먼저 알려진 에반씨아 레부치카는 ‘그리스’의 음악이라기보다는 ‘지중해’에 속한 음악을 들려준다. 발칸과 아랍, 북아프리카, 그리고 집시의 정서까지 녹여내는 그녀의 음악적 개성은 상당 부분 독특한 악기편성 덕분이기도 하다. 그리스의 부주키와 아르메니아의 현악기를 중심에 두고 피아노와 기타, 아코디언, 지중해 여러 지역의 토속 악기들을 적절히 배합해서 기품 있으면서도 대중적인 사운드를 창조한다. 곡을 쓸 때는 자녀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준다는 느낌으로 작곡한다고 말하는 에반씨아 레부치카, 그녀의 음악은 평범한 풍경에도 생명을 불어넣는 탁월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

SIDE B

01_ Bantry Girls Lament / irish whistle. Joanie Madden, vocal. Mary Black & Frances Black

조니 매든 Joanie Madden은 아일랜드 전통 휘슬 연주자이자 켈틱 음악을 대표하는 상징적 인물이다.

아일랜드계 미국인으로 미국의 브롱크스에서 성장한 조니 매든은 어린 시절에 배운 피아노와 바이올린 대신 그녀의 유전자에 새겨진 악기 ‘아이리쉬 휘슬’을 택했다. ‘Cherish the Ladies’의 리더로 활동하는 동시에 솔리스트로도 명성을 얻었으며, 아일랜드 뮤지션들과의 협연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Bantry는 아일랜드 남서쪽 바닷가 마을로 오래 전부터 외세의 침략이 잦았던 곳이다. ‘Bantry Girl’s Lament’은 스페인의 침략에 맞서 전장에 나간 용사들을 그리는 여인들의 노래다. 아일랜드의 슬픈 역사가 새겨진 이 곡을 메리 블랙 Mary Black과 프란시스 블랙 Frances Black 자매가 용감한 Bantry 여인처럼 부른다. 조니 매든의 휘슬은 Bantry 여인들이 감춰둔 눈물처럼 다가온다.

02_ Forest Hymn / Bill Douglas

‘세상의 모든 음악’이 첫 출발을 하던 2002년, 프로그램이 끝날 무렵 에세이를 들려주는 코너가 있었다. ‘집으로 가는 길’이라는 제목의 그 코너에서 들려주던 이야기는 조금 일찍 쓴 일기 같고, 하루의 반성문 같은 잔잔한 이야기였다. 그 이야기의 배경으로 깔리던 음악이 빌 더글라스 Bill Douglas의 ‘Forest Hymn’이었다. 빌 더글라스는 클래식 FM과 인연이 깊다. 밤 10시에 방송되는 ‘당신의 밤과 음악’의 시그널 ‘Hymn’역시 빌 더글라스의 작품으로, 마치 그 프로그램을 위해 작곡된 음악처럼 완벽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빌 더글라스는 캐나다 온타리오에서 태어나 토론토 왕립음악원에서 피아노와 바순을 공부했다. 그의 바순 연주는 평균 온도 섭씨 20도의 봄날 같다. 오케스트라에서 바순을 연주하는 동시에 재즈클럽에서 피아노도 연주하는 유연함이 그의 음악 곳곳에 스며 있다. ‘Forest Hymn’에는 첼로로 표현되는 숲의 그윽함, 바순이 전하는 은은한 햇살이 수채화처럼 펼쳐진다. 빌 더글라스가 추구하는 느린 호흡과 봄날의 오후 같은 온도에 일상을 고정하고 싶어진다.


03_ Take it with Me / Solveig Slettahjell

솔베이 슬레타옐 Solveig Slettahjell은 오슬로 근처에서 목사의 딸로 태어나 7살 때부터 교회 합창단에서 노래를 불렀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피아노 앞에 앉아 그날의 가장 멋진 것들을 담아 자기만의 음악을 만들곤 했다는 소녀는 찬송가, 흑인영가, 노르웨이의 민요와 자신의 자작곡을 부르며 음악으로 충만한 성장기를 보냈다. 노르웨이 음악 아카데미에서 재즈를 공부할 때에는 실험정신 가득한 음악작업에 도전하기도 했다. 학창시절에 만난 피아니스트 Hakon Hartberg와 듀오를 결성해 재즈에서 오랫동안 활동했고, 최근에는 재즈 트리오 ‘In the Country’에서 활동하며 찬송가에서 노르웨이 민속음악, 레너드 코헨 Leonard Cohen과 톰 웨이츠 Tom Waits의 작품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들려주고 있다.

그녀의 목소리를 처음 들으면 부드럽고 편안하다. 그런데 계속 듣고 있으면 무척 독창적이고 신비롭다. 최고의 노르웨이 재즈 싱어 솔베이 슬레타옐의 목소리로 톰 웨이츠의 곡 ‘Take it with Me’를 듣는다. 노래 안에 뉴올리언즈도 있고, 오슬로도 있고, 피요르드도 있으며, 사랑의 기쁨과 슬픔도 어깨를 맞대고 있다.

04_ Tierra del Fuego / Joel Francisco Perri

‘세상의 모든 음악’이 첫 출발을 하던 무렵, 시그널 음악 ‘Tiger in the Night’과 더불어 청취자들을 사로잡았던 음악이 ‘뮤직노트’의 코드 음악 ‘Tierra del Fuego’였다. 날이 저물 무렵,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던 안데스 악기의 울림은 노을과 어우러져 뭉클한 감정을 실어다 놓곤 했다. ‘Tierra del Fuego’- ‘불의 땅’은 남아메리카 대륙 최남단에 자리한 군도로 칠레와 아르헨티나로 나뉘어 있다. ‘진화론’을 주장한 찰스 다윈이 비글호를 타고 항해한 지역이며, 왕가위 감독의 영화 ‘해피 투게더’에 나오는 Ushuaia 등대도 이곳에 있다.

‘Tierra del Fuego’의 작곡자이자 연주자인 조엘 프란시스코 페리 Joel Francisco Perri는 프랑스 인이지만 안데스 플루트에 심취해서 ‘Los Calchakis’의 창단 멤버로 활동하기도 했다. 안데스 태생의 연주자보다 더 강렬한 안데스 사운드를 들려주는 그의 열정이 이 곡에 고스란히 스며있다. 안데스 플루트의 거장인 그가 또 다른 악기인 만돌린을 연주하며 이탈리아 투스카니 지방을 담은 음반을 발표했다는 것도 흥미롭다.

글 / 김 미 라 (KBS 클래식 FM 세상의 모든 음악 작가)


[세상의 모든 음악 10집 - 저녁이 꾸는 꿈]

음반소개
한 청취자의 편지를 받았습니다.

9시간의 긴 수술을 마친 어느 늦가을에, ‘오늘 하루도 수고 많으셨습니다’라는 인사를 들으며 누운 채로 소리 없이 울었다는 내용의 편지. 마음 한켠이 금세 뭉클해졌습니다.

‘오늘 하루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라는 인사말로 시작하는 ‘세상의 모든 음악’에는 매일 같이 이 한마디 인사로 하루를 보상받는다는 청취자들의 사연이 도착합니다.
누군가의 하루를 보듬어주고 따뜻한 위로를 전하는 일, ‘세상의 모든 음악’이 되새기는 주문이기도 합니다.

‘세상의 모든 음악’의 열 번째 앨범 ‘저녁이 꾸는 꿈’을 행복한 마음 가득 담아 여러분께 드립니다.
지난 17년간 매일 매일 달라지는 공기와 느낌을 담아 채워 나갔던 무수한 선곡표들을 이 한 장의 음반에 담고 싶었습니다.
열 번째 음반의 주제는 ‘사랑’입니다.
‘사랑’으로 시작해서 ‘사랑’으로 끝을 맺고 다시 ‘사랑’으로 돌아가는 것, 그것이 ‘세상의 모든 음악’이 꾸는 꿈이기 때문입니다.

디지털 음원이 CD를 잠식해 버린 요즘, 또 한 장의 음반을 만드는 일에 고민이 없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텔레비전이 등장했을 때부터 라디오는 더 라디오다워졌듯이, 디지털 음원 시대에 CD를 듣는 일은 좋아하는 음악을 위한 우아한 의식과 같은 것이리라 믿습니다.

이 음반을 만들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준 아울로스 미디어에 감사를 드립니다.
함께 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최고의 파트너이자 좋은 친구인 진행자 전기현님, 김미라 작가님 그리고 ‘세상의 모든 음악’ 애청자 한 분 한 분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오늘 하루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KBS 클래식FM <세상의 모든 음악> 프로듀서 안종호



[곡 소개]

01_I Love You - What a Wonderful World / Conspirare Choir
고대 그리스의 귀족들은 코러스를 고용해서 좋은 기운을 불어넣어줄 노래를 부르게 했다고 한다. Conspirare Choir (컨스피레어 합창단)이 들려주는 ‘I Love You - What a Wonderful World’는 마치 그리스의 코러스가 우리를 위해 불러주는 노래 같다. 끊임없이 당신을 사랑한다고 속삭이고, 이 얼마나 아름다운 세상이냐고 주문을 건다.
라틴어로 ‘함께 호흡하라’라는 뜻을 담은 Conspirare Choir는 1991년 미국 텍사스 주의 오스틴에서 결성되었다. 이 합창단을 이끌어 온 지휘자 Craig Johnson은 바흐의 음악에서 흑인영가, 그리고 파블로 네루다의 시까지 최적의 곡들을 선곡해 합창단을 최고의 경지에 올려놓았다.
미국의 가스펠 가수 Randy Stonehill이 발표한 ‘I Love You’, 그리고 Louis Armstrong의 노래로 사랑 받은 ‘What a Wonderful World’가 하나의 아름다운 노래로 다시 태어났다.
사랑으로 충만한 세상, 놀라운 아름다움으로 가득한 세상으로 당신을 초대하는 것은 ‘세상의 모든 음악’이 추구하는 가치이자, 지난 17년 동안 우리가 함께 꾸어온 꿈이다.
열 번째 음반을 여는 곡, ‘I Love You - What a Wonderful World’가 우리를 힘내게 하는 최고의 하모니, 사랑의 코러스가 되어 주리라 믿는다.


02_Planchers Fragiles / Daniel Seff
프랑스의 싱어송라이터 Daniel Seff (다니엘 세프)의 음악에는 철학자 같은 깊이가 담겨 있다. 1949년 프랑스 남서부 툴루즈에서 태어난 Daniel Seff는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한 1980년대부터 2002년까지 7장의 음반을 발표한 것이 전부지만, 그것은 그가 그만큼 진중한 뮤지션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세상의 모든 음악’이 발굴한 Daniel Seff의 명곡 ‘Planchers Fragiles (부서질 것 같은 배)’는 1993년에 발표한 앨범 에 수록된 곡이다. ‘부서질 것 같은 배 위에서 춤을 추고 있습니다’... 흔들리는 우리의 삶을 그렇게 표현하고 노래해 준 그의 목소리엔, 통찰과 연민, 너그러움이 모두 담겨 있는 것 같다.
Daniel Seff는 25년 전에 만든 이 곡에 자신이 추구하는 모든 음악적, 시적 영감이 담겨 있다고 말한다. 이 곡을 피아노 반주와 건반 스트링 반주에만 맞춰 부른 것은 다른 어떤 악기나 화려한 편곡이 필요 없었기 때문이며, 이 곡이 한국에 소개되어 기쁘다는 소식도 전해왔다. Daniel Seff와 직접 소통하며 그를 소개하고, 이 곡을 싣게 된 것은 이 음반을 만들며 누린 가장 보람 있는 일이었다.

03_Psyche / Chris Spheeris
기타가 가지고 있는 가장 풍성한 사운드를 들려주는 Chris Spheeris (크리스 스피어리스)의 연주를 듣는 것은 다른 세계, 다른 감정으로 들어서는 문의 손잡이를 여는 것과 같다.
그리스계 미국인 Chris Spheeris는 미국 위스콘신 주에서 태어나고 성장했지만 그의 정신적 뿌리는 그리스다. 13살 때 그는 가족을 따라 아테네에 한동안 머물렀는데, 그 시기에 기타를 연주하고 작곡도 시작했다. 1986년에 발표한 데뷔작 ‘Desires of the Heart’는 그리스 민속음악에 바탕을 둔 신비로운 사운드로 채워져 있다. Chris Spheeris는 기타는 물론이고 피아노와 부주키, 여러 타악기도 연주하고, 심지어 멋진 보컬까지 들려준다. 그의 음악에서 풍성한 오케스트라가 느껴지는 건 바로 이런 이유일 것이다.
아리조나의 사막에 살고 있는 그는 한동안 자신을 화가이자 사진작가로 소개하기도 했다. 기타에도, 목소리에도 자유를 주어야 한다는 그의 음악 철학이 곧 그의 음악이 가진 진정한 매력이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프시케’는 큐피드가 사랑한 영혼의 화신이다. Chris Spheeris가 들려주는 ‘Psyche’가 우리에게로 와서 어떤 영혼의 화학작용을 일으키는지, 그의 연주를 사랑하는 우리는 이미 잘 알고 있다.

04_Tango to Evora / Loreena McKennitt
캐나다 출신의 켈틱 뮤지션 Loreena McKennitt (로리나 맥케닛)은 오래된 이야기, 오래된 도시, 오래된 풍경에 관심이 많다. 많은 도시를 여행하고, 고전과 역사를 읽으며 음악적 영감을 얻는 그녀는 ‘내가 음악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 음악이 나를 선택했다’고 말할 정도로 운명적인 힘을 믿는다.
드라마틱한 목소리를 가진 소프라노, 작곡가, 하피스트, 아코디어니스트, 그리고 피아니스트. 자기만의 음악 세계를 일군 Loreena McKennitt이 여행에서 영감을 얻어 발표한 또 하나의 작품이 ‘Tango to Evora’다. 아름다운 여인의 이름 같은 에보라는 2천 년의 역사를 가진 포르투갈 고대 도시의 이름이다. 켈트족의 흔적과 로마의 신전과 무어인의 모스크가 공존하는 도시 에보라, 그녀의 목소리는 허밍으로만 맴돌고, 탱고의 리듬에 실려 오는 에보라의 풍경은 매혹적이고도 쓸쓸하다. ‘Tango to Evora’는 ‘To Tango Tis Nefelis (아주 멀리서 온 탱고)’라는 제목으로 소개되기도 한다.
그리스의 가수 Haris Alexiou가 노래했고, 터키 가수 Nilufer도 ‘Cok Uzaklarda (아주 먼 곳으로부터)’라는 번안곡으로 부를 만큼 대중적인 인기를 얻었다.

05_Corsica / Petru Guelfucci
프랑스에 속했다가 영국의 보호령이었다가 다시 프랑스령이 된 코르시카,
침략에 저항하는 일이 일상이었던 이 섬에서 1960년대와 70년대에 민족주의 운동이 펼쳐졌다. 코르시카의 민족혼을 되살릴 음악운동 그룹 ‘Canta U Populu Corsu’도 이 시기에 만들어졌고, Petru Guelfucci (페트루 구엘푸치)도 멤버 중 한 사람이었다.
1981년에 Petru Guelfucci가 솔로 활동을 시작하자 코르시카 사람들은 ‘마침내 우리를 대표할 비범한 목소리를 찾아냈다’고 환영했다. 1989년에 발표한 ‘Corsica’는 그의 조국 코르시카만큼이나프랑스에서 엄청난 반응을 끌어냈다. 프랑스에 ‘코르시카 효과’라는 신조어가 등장했을 정도로 인기를 얻었고, 그 열기를 타고 ‘Corsica’라는 제목의 발레 작품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유럽과 아랍과 발칸, 그리고 아프리카 음악까지 융합된 코르시카의 음악은 남성적이고 비장하다. 외세의 침략에 저항하는 역사를 되풀이하며 형성된 ‘폴리포니’라는 전통음악 양식 때문이기도 하고, 음을 길게 늘여 부르는 아랍풍의 멜리스마 창법 때문이기도 하다.
코르시카 음악의 비장함을 가장 잘 담고 있는 곡, Petru Guelfucci가 부르는 ‘Corsica’는 한 곡의 노래를 넘어 코르시카 그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06_For Dori / Stamatis Spanoudakis
Stamatis Spanoudakis (스타마티스 스파누다키스)의 음악에는 클래식과 록, 그리고 그리스 대중음악인 라이카와 비잔틴 음악이 융합되어 있다.
그는 기타와 음악이론을 공부하며 클래식과 인연을 맺었고, 독일 뷔르츠부르크와 아테네의 대학에서 음악 강의를 했다. 그러나 그는 언제나 대중의 사랑을 받고, 대중과 함께 호흡하는 음악을 꿈꾼다.
Stamatis Spanoudakis는 자신의 스튜디오를 우주 삼아 그리스의 역사처럼 깊고 묵직한 곡들을 창조한다. 작곡에서 녹음의 모든 과정을 해내는 그는 그리스 동료 가수들을 위해 많은 곡을 썼고, 그리스와 독일, 이탈리아의 영화음악들을 작곡하기도 했다. 1990년대부터는 그리스 역사와 종교적 주제를 다룬 스케일 큰 음악을 추구하고 있다. 2004년에는 아테네 올림픽의 음악 총감독을 맡았고, 아테네 올림픽 주제곡을 작곡하기도 했다.
Stamatis Spanoudakis의 대표곡 ‘For Dori’는 드라마 ‘고독’에 흐르면서 많은 사랑을 받았다. 최근까지도 곡의 제목을 ‘To Dori’라고 소개했지만, Stamatis Spanoudakis는 ‘세상의 모든 음악’ 음반에 이 곡이 수록되는 것을 계기로 원제목인 ‘For Dori’로 정확하게 알려지기를 기대한다고 전해왔다. 담담하고도 깊은 사랑을 떠올리게 하는 이 곡은 50여 년을 함께 한 아내 Dori에게 바치는 곡이다.

07_Puerto Montt / Patricia Salas
칠레 출신의 싱어송라이터 Patricia Salas (파트리시아 살라스)는 Violeta Parra로 대표되는 칠레 누에바 깐시온 정신을 이어 받은 뮤지션이다.
칠레의 민요부터 자작곡과 리메이크 곡에 이르기까지, 그녀가 부르는 노래는 그 무대가 라틴 아메리카건 유럽이건 어디서나 즉각적인 반응을 이끌어 낸다.
Patricia Salas의 호소력 있는 목소리는 ‘Puerto Montt’에서 절정을 이룬다. 몬트 항구는 칠레의 수도 산티아고에서 버스를 타고 남쪽으로 13시간 달려야 만날 수 있는 휴양지다. 파타고니아 지역이 시작되는 지점이며 아르헨티나와 남극으로 가는 길목인 이 항구에서 행복한 기억을 남겨둔 채 이별하는 연인들의 이야기가 ‘Puerto Montt’에 담겨 있다.
‘사랑의 속삭임도 바닷바람에 실려 사라졌다...’ 연인들의 탄식을 전하는 그녀의 목소리로 이 노래를 듣고 있으면, ‘Patricia Salas의 목소리는 어떤 연설보다도 효과가 높은 목소리’라는 찬사에 공감하게 된다.

08_Virtue / Jesse Cook
“나는 사람들이 음악 속으로 여행을 떠나 길을 잃는 것을 좋아한다.”
프랑스 출신의 작곡가이자 기타리스트 Jesse Cook (제시 쿡)은 플라멩코와 룸바, 집시음악과 재즈 등을 융합해 이국적인 매력을 만들어낸다. 그의 음악적 특성은 아이러니하게도 헤어진 부모 덕분에 만들어졌다.
어머니를 따라 캐나다에 정착한 그는 캐나다 왕립음악원과 미국 버클리 대학에서 클래식과 재즈 기타, 작곡을 공부했다. 영화 제작자였던 그의 아버지는 은퇴 후에 남프랑스의 아를에 정착했는데, 이웃에는 그룹 Gipsy Kings의 리드 싱어 Nicolas Reyes가 살고 있었다. 아버지와 함께 하는 동안 그는 Nicolas Reyes와 교류하게 되었고, ‘Camargue Sound’라고 불리는 그 지역의 독특한 음악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다.
플라멩코와 룸바가 혼합된 이 독특한 사운드는 Jesse Cook의 음악에 생명력을 불어넣었다.Jesse Cook이 2000년에 발표한 앨범 ‘Free Fall’에 수록된 ‘Virtue’는 그의 연주 스타일이 잘 드러나는 작품이다. 현을 강렬하게 튕기는 연주가 매력적인 이 곡엔 유럽과 라틴 아메리카를 융합한 리듬과 멜로디가 살아 있다. 오디오 애호가들이 가장 선호한다는 Jesse Cook의 강렬하고도 맑은 연주가 우리의 귀를 한 차원 더 높은 세계로 이끌어주는 것 같다.

09_Chaim Pshutim / The Idan Raichel Project (voc : Amir Dadon)
‘세상의 모든 음악’이 사랑하는 또 한 명의 월드 뮤지션, 이스라엘 출신의 Idan Raichel (이단 라이헬)은 작사, 작곡과 키보드 연주, 프로듀서의 역할까지 해내며 월드뮤직에 새로운 영감을 불어넣는다. 이스라엘의 음악에 중동과 북아프리카 음악까지 녹여내는 그는 예술적 협력이 사람들 사이의 장벽을 허물고 평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믿는다.
국적은 이스라엘이지만 그의 집안은 동유럽에 기반을 두고 있어서 음악적으로 자유로울 수 있었다고 Idan Raichel은 말한다. 재즈를 공부했고, 즉흥연주를 좋아하고, 집시음악과 탱고에도 매혹되었다는 그는 다양한 음악적 실험을 시도한다.The Idan Raichel Project에는 여러 나라에서 온 16세에서 91세 사이의 가수 95명이 참여했다. 그가 중심이 되어 음악을 만들고, 음반 제작과 공연 기획을 하지만 Idan Raichel은 이 모든 것이 ‘나’의 작품이 아니라 ‘우리’의 작품이라는 걸 강조한다.
콜롬비아, 카보베르데, 르완다 등의 뮤지션들과 함께 공연을 하고, 뉴욕 센트럴 파크에서는 팔레스타인 가수와 함께 무대에 섰다. 2016년에는 마틴 루터 킹 3세가 수여하는 Unsung Hero Award를 받았다.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고 평등의 가치를 실천하는 사람들에게 수여하는 이 상이 미국 시민이 아닌 사람에게 수여된 첫 케이스였다고 한다.
‘Chaim Pshutim’은 단순한 삶, 간결한 삶이라는 뜻이다. 의미 있는 길을 걸어온 거인 Idan Raichel이 들려주는 담담한 이 노래처럼 우리 삶도 정갈하고 여백 많은 것이 되기를 소망한다.


10_The South Wind / Joanie Madden
수많은 아일랜드 뮤지션이 우리나라에 소개되었지만 Joanie Madden (조니 매든)이야말로 아이리쉬 휘슬로 켈틱 음악의 진정한 아름다움을 알려준 연주자이다.
미국에서 태어나고 성장했으면서도 최고의 아이리쉬 휘슬 연주자가 된 Joanie Madden은 켈틱 그룹 Cherish the Ladies의 리더로 활동하는 동시에 솔리스트로도 명성을 얻었다.
1984년부터 아일랜드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는 Joanie Madden은 Cherish the Ladies의 콘서트 시리즈는 물론이고 Sinead O'Connor, Pete Seeger 등과 함께 공연하고, Boston Pops와도 협연하는 등 다양한 무대에서 켈틱 음악의 아름다움을 전하고 있다.
들녘에 흩어지는 바람소리로 시작하는 ‘The South Wind’는 피아니스트 John Boswell, 기타리스트 John Doan과 함께 만들어낸 또 하나의 완벽한 켈틱 사운드다. 밝은 어둠과 어두운 밝음이 공존하는 저녁 풍경에 더없이 잘 어우러지는 곡이다.

11_Jose / Dolores Keane
1953년 아일랜드 서부 Galway의 음악가 집안에서 태어난 Dolores Keane (돌로레스 킨)은 5살 때 라디오에 출연해 노래를 하면서 재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1975년에 그룹 De Danann을 결성하고 데뷔 앨범을 발표했다. 그들의 싱글 앨범 ‘The Rambling Irishman’은 미국과 아일랜드에서 동시에 히트했다. 밴드 활동과 솔로 활동을 번갈아 하던 Dolores Keane은 1989년, 넬슨 만델라에게 바치는 ‘Lion in a Cage’를 발표했다. 그녀의 인생에서 무척 의미있는 노래였고, 그녀가 어떤 음악을 지향하는지 선언한 앨범이기도 했다. 1995년에는 아일랜드 음악과 문화에 기여한 공로로 ‘Fiddler's Green Hall of Fame’ 상을 수상했다.Dolores Keane은 노르웨이의 가수 Rita Eriksen과 함께 부른 ‘Blamann’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이런 이력으로 짐작할 수 있듯이 Dolores Keane은 아일랜드 전통을 지키면서도 더 현대적이고 더 넓은 음악세계를 꿈꾼다. 1998년에 발표한 음반 ‘Night Owl’에는 그런 노력이 본격적으로 담겼다. 브라질 상파울루 거리에서 마주한 서글픈 이야기를 담은 ‘Jose’를 부르는 그녀의 목소리가 피아노 반주와 어우러져 쓸쓸한 여운을 남긴다. 그녀 음악이 가진 깊이와 넓이, 소외된 사람들과 진실을 주목하는 시선에 귀 기울이게 만드는 곡이다.
Dolores Keane은 ‘북아일랜드 영혼의 목소리, 신성한 목소리’라는 찬사를 받는데, 목소리만이 아니라 그녀가 바라보는 음악적 지향점마저도 신성하고 감동적이다.

12_Golden Girl / Sigmund Groven
노르웨이의 음악가 집안에서 태어난 Sigmund Groven (지그문트 그로븐)은 어릴 때 라디오에서 들은 하모니카의 대가 Tommy Reilly의 연주와 8살 때 할아버지가 선물한 작은 하모니카를 운명으로 받아들였다.
Sigmund Groven은 1965년부터 솔로 아티스트로 활동했다. 1971년에는 최초의 자작곡 ‘Song of the Harmonica’를 발표했는데, 노르웨이 시인 Erik Bye가 이 곡에서 영감을 받아 아름다운 시를 썼다는 에피소드도 전해진다. 1990년에는 하모니카 연주자로는 드물게 뉴욕 카네기홀에서 독주회를 열었다.
바흐와 모차르트, 빌라 로보스의 음악에서 비틀스의 노래와 재즈, 창작곡까지 그의 음악적 영토는 한없이 넓다. 3집 앨범 ‘Over the Rainbow’에 수록된 ‘Golden Girl’은 노르웨이의 숲 같고, 쉼표처럼 다가오는 연주다. 청아한 음악으로 휴식과 치유를 선물하고 싶다는 그의 꿈은 이렇게 오래전부터 현재진행형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13_Blott en Dag / Aage Kvalbein & Iver Kleive
스웨덴 가수 Carola의 노래로 익숙한 ‘Blott en Dag’을 Aage Kvalbein (아게 크발바인)의 첼로와 Iver Kleive (이베르 클라이브)의 피아노 연주로 듣는다.
‘Blott en Dag (오직 하루)’는 스웨덴 사람들이 사랑하는 성가다. ‘오직 하루, 한 순간만이라도 당신의 품안에서 위안을 얻게 하소서...’ 소박한 평화를 구하는 이 노래가 연륜 있는 피아니스트와 첼리스트의 연주로 더욱 깊은 기도가 되었다.
Aage Kvalbein은 노르웨이 음악원의 교수이자 솔리스트이며, Oslo Trio의 멤버이기도 하다. 노르웨이 최고의 첼리스트로 꼽히는 그는 거장 Paul Tortelier와 Mstislav Rostropovich의 제자였고, 1973년에 데뷔한 이후 거의 모든 대륙에서 공연한 열정적인 연주자다. 재즈 뮤지션이나 대중 가수, 월드뮤직 아티스트들과 함께 하는 공연과 음반에도 많은 참여를 했다.
Iver Kleive는 노르웨이의 작곡가이자 오르간 연주자다. 교회 음악에 정통한 연주자지만 그는 블루스와 재즈, 노르웨이 민속음악을 작품에 적극적으로 수용한다. 첼리스트 Aage Kvalbein과 음악적인 공감대가 깊어서 두 사람이 함께 한 공연이나 음반을 많이 접할 수 있다.
빙하가 녹은 맑은 물 같은 Iver Kleive의 피아노와 오래 세월을 견딘 피요르드처럼 장중한 Aage Kvalbein의 첼로 연주로 듣는 ‘Blott en Dag’은 노래로 들었을 때와는 또 다른 경건함을 전해준다.

14_사랑하기 때문에 / 이상재
영원히 25살의 청년으로 남은 가수 유재하의 명곡 ‘사랑하기 때문에’,
저녁 바람 속에 흩어지는 휘파람 같은 이 곡을 이상재는 더함도 없고 덜함도 없는 클라리넷 연주로 들려준다. 유재하가 부르는 ‘사랑하기 때문에’는 애절한 사랑노래였지만, 이상재가 연주하는 ‘사랑하기 때문에’는 살아야 할 이유를 들려주는 음악이다.
그가 시각장애를 딛고 일어선 연주자여서 그런 것만은 아니다. 그가 이 곡을 연주하는 장소가 거대한 공연장보다는 병원의 로비이거나 자선음악회 혹은 장애우가 함께하는 곳일 때가 더 많기 때문이다.
이상재는 중학교 때 밴드부에서 처음 클라리넷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미국의 피바디 음악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후 한국으로 돌아와 무대와 교단에서 열정적으로 활동해왔다. 2007년에는 11명의 연주자로 구성된 ‘하트 시각장애인 챔버 오케스트라’를 창단해서 음악을 전공한 시각장애인들이 직업음악가로서 살아갈 수 있는 기회를 열어주었다. 이 오케스트라는 2011년에 뉴욕 카네기 홀의 초청을 받아 멋진 무대를 펼치기도 했다.
슬픔을 넘어선 담담함, 쓸쓸하지만 맑은 여운, 봄비처럼 가늘게 마음을 적시는 클라리넷의 음색, 그리고 그 음색이 소환하는 유재하의 목소리.
떠나고 없는 가수의 빈자리를 따뜻한 음색으로 채워주는 이상재의 클라리넷 연주가 몽환적인 봄날 저녁을 닮았다.

15_My Love is Like a Red Red Rose / Bill Douglas & Ars Nova Singers
Bill Douglas (빌 더글라스)는 시를 음악으로 표현해 내는 능력이 탁월한 아티스트다.
음악만큼 시를 사랑한다는 Bill Douglas가 18세기 스코틀랜드의 시인 로버트 번스의 시에 곡을 붙였다. 스코틀랜드 서민의 일상을 시에 담은 로버트 번스의 작품 중에서 가장 많은 사랑을 받는 작품이 바로 1796년에 발표한 ‘My Love is Like a Red Red Rose’다.
스코틀랜드의 정서가 Bill Douglas의 바순과 만나 부드럽고 순하게 다가온다. 캐나다 출신의 Bill Douglas는 작곡가이자 바순 연주자, 피아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그의 음악은 부드럽고 그가 연주하는 바순의 음색은 안개 자욱한 숲처럼 몽환적이다. 그러나 그 부드러운 음악 속에는 아프리카와 인도, 브라질 음악까지 많은 것이 녹아 있다.
Ars Nova Singers는 1986년에 미국 콜로라도 주에서 결성된 앙상블이다. 40여 명의 단원으로 구성된 이 합창단은 Bill Douglas 음악의 한 축을 담당하면서 그와 함께 7장의 앨범을 만들었다. 그 외에도, 후기 르네상스 작곡가들의 작품에서 라흐마니노프의 곡에 이르기까지 깊이 있는 선곡과 해석으로 탁월한 화음을 들려준다.
스코틀랜드의 시와 캐나다의 음악가, 미국의 합창단이 함께 하는 ‘My Love is Like a Red Red Rose’에 월드뮤직의 아름다움이 장미처럼 곱게 피어있다.


16_Return to Love / Kevin Kern (cl : Luis Baez)
피아노로 그린 수채화 같은 곡, ‘Return to Love’는 Kevin Kern (케빈 컨)의 3집 ‘Summer Daydreams’에 수록된 곡이다.
드라마 ‘가을동화’에 이 곡이 흐른 뒤로 Kevin Kern은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뉴에이지 피아니스트가 되었다. 재즈 피아노의 전설 George Shearing과 바흐, 모차르트의 음악에서 가장 많은 영향을 받았다는 그의 음악을 ‘뉴에이지’라는 장르로만 설명하기는 어렵다는 생각도 든다.
Kevin Kern은 자신의 음악이 긍정적인 치유력을 가졌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 가장 기쁘다고 말한다. 1995년 크리스마스에 샌프란시스코의 어느 호텔에서 캐롤을 연주하다가 발탁된 그는 길었던 무명시절이 있었던 만큼 사람들을 더 따뜻하게 위로하는 음악을 들려준다.
Kevin Kern은 2016년 내한공연 때 ‘세상의 모든 음악’에 출연했다. 시각 장애를 가지고 있는 그는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으로 자전거를 탔던 때를 꼽는다고 했다.
그 특별한 경험을 청취자들과 공유하는 순간, 그는 ‘세상의 모든 음악’에 더욱 특별한 아티스트가 되었다.
‘Return to Love’를 열 번째 음반의 종착역으로 삼는다. 출발역과 종착역이 하나로 이어지는 순환열차처럼, 도돌이표가 그려진 악보처럼 ‘I Love You - What a Wonderful World’로 시작한 이 음반은 다시 사랑으로 돌아와 끝을 맺는다. 사랑이 있다면, 그리고 음악이 있다면 우리는 어디서든 다시 일어설 수 있고, 저녁이 꾸는 꿈을 자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자전거를 타고, 영화음악가가 되려는 꿈도 품고 있는 Kevin Kern처럼...

글 / 김 미 라 (KBS 클래식 FM 세상의 모든 음악 작가)


[세상의 모든 음악 11집 - 오늘 하루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음반소개
오랫동안 같은 풍경을 본 사람들의 눈빛은 닮아 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언젠가는 서로 닮아가는 것처럼..
오랫동안 같은 시간에 주파수를 맞추고, 같은 음악에 귀 기울인 사람들도
서로 닮았을 거라고 믿습니다.

귀 기울인다는 건 그곳으로 마음이 향한다는 것.
그 마음을, 그 존재를, 그 음악을 마음에 들여놓는다는 것.

매일 저녁 6시,
서로의 삶에 귀 기울이고, 서로의 기쁨과 슬픔을 마음에 들이고,
같은 음악에 귀 기울이며 ‘느낌의 공동체’를 만들어 온 우리를
하나로 묶어준 말이 있습니다.
길에서 들어도 울컥하고, 밥을 차리다 들어도 목이 메이고,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고 생각되는 어느 날에 들어도 위로가 되던 말.
내가 당신에게, 당신이 나에게 귀 기울이고 있다고 알려주는 말.
사랑의 인사, 이해의 인사, 격려의 인사,
당신도 그랬군요, 나도 그랬어요, 하는 공감의 인사.
우리가 나눈 그 오래된 인사를 동봉합니다.

오늘 하루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2020년 새해를 맞으면서 왠지 올해는 좋은 일들이
많이 생길 것 같다는 분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자기 최면에 가까운 기대감이 놀라움과 탄식을 넘어 공포감으로 변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자유롭게 오가던 국경은 보이지 않는 장벽에 굳게 닫혀 버렸고,
사람들로 붐비던 대도시의 활기는 인류 종말을 다룬 영화 속 장면들처럼,
보면서도 믿기지 않는 현실이 되어 버렸습니다. 지금까지 겪어 본 적 없는 세상,
2020년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의 모습입니다.

인류가 겪어온 수많은 고통의 역사 속에서, 음악은 언제나
놀라운 치유의 힘을 발휘했습니다. 그리고 음악, 스스로 희망의 빛이 되기도 했죠.
‘세상의 모든 음악’의 열한 번째 앨범에는 음악이 가지고 있는 그 위대한 능력,
‘치유와 희망’을 담고 싶었습니다.
지금까지 발표된 열 개의 앨범들에서 음악 장르의 경계를 조금 더 열어,
클래식과 성가곡, 전통 음악, 뉴에이지, 재즈에 이르기까지
영혼을 어루만져 줄 열여섯 곡을 담았습니다.
코로나 사태는 음반을 만드는 일에도 많은 영향을 주었습니다.
사무실이 폐쇄되었거나 주거지가 바뀌어 원곡자와
연락이 닿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았고, 저작권이 해결되지 않아 끝내
수록되지 못한 몇몇 곡들이 큰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하루에도 여러 차례, ‘평범했던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애청자들의
사연을 읽으면서 이 음반이 ‘치유와 희망의 타임머신’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그리고 가까운 미래에 2020년의 날들을 되돌아보며, 이 시기가 힘들었지만
가치 있는 성찰의 시기였다고 추억할 수 있기를 기원해 봅니다.

‘세상의 모든 음악’ 제작진은 매일 저녁, 지친 몸과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가는
당신의 안부를 묻고 위로를 건네고 싶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음악으로 꽉 찬 충만함을 얻었노라’고 말해주는 당신, 시그널이 흐르면
‘오늘도 잘 살았노라’고 응답하는 당신으로부터 언제나 더 큰 위로를 받습니다. 저녁마다 곁을 내어주는 당신에게 감사드립니다.

KBS 클래식FM '세상의 모든 음악' 프로듀서 안종호

구성


[수록곡 내용]

01_ Splendor in the Grass / Pink Martini
“행운은 변덕스럽고, 명예를 뒤쫓는 것도 지쳤어요. 그때 우연히 당신의 눈을 보았고,
나는 알았습니다. 당신도 나와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걸. 세상은 너무 빠르게 흘러가네요. 이젠 사는 속도를 좀 늦춰야 할 것 같아요. 우리 초원으로 가서 머리를 식히면서 풀이
자라는 소리를 들어보지 않을래요?”

코로나 19로 많은 것이 바뀌었다. 여러 약속이 취소되었고,
접촉보다 접속을 권하는 세상이 되었다.
뜻하지 않은 방식으로 ‘저녁이 있는 삶’과 문득 가까워졌다. Pink Martini (핑크 마티니)가
이런 시대를 예견하기라도 한 듯 우리에게 손을 내민다.
함께 초원으로 가서 풀이 자라는 소리를 들어보지 않겠느냐고...

‘Splendor in the Grass (초원의 빛)’에는 차이코프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 1악장의 선율이 들어있다. 광활한 초원을 휘몰아쳐 오는 초록빛 바람이 느껴지는 곡이다.
Pink Martini의 음악은 ‘좋은 취향은 무엇인가를 묻는 음악 애호가들에게 전해진 멋진 대답’이라고 표현되곤 한다. 유쾌하면서도 품위 있는 Pink Martini의 음악은 2020년을 보내는
우리 모두에게 전하고 싶은 희망, 푸른 바다를 닮은 위로다.

02_ Flowers for a Lady / Laurens Van Rooyen
1980년대에 ‘피아노의 시인’이라고 불렸던 Laurens Van Rooyen (라우렌스 반 로옌)은
네덜란드 출신의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다. 1935년 네덜란드 남서부의 우트레흐트에서
태어난 그는 피아노와 작곡, 지휘를 공부했고 세 분야에서 모두 열정적인 활동을 이어왔다.
음악학교를 졸업한 뒤에는 자신이 작곡한 곡들을 연주하는 공연을 펼쳤고, 무려 50장이
넘는 앨범을 발표했다. 다큐멘터리와 영화음악에도 참여해서 좋은 결실을 거두었다.

Laurens Van Rooyen의 로맨틱한 선율, 그 정점에 있는 곡이 ‘Flowers for a Lady’다.
졸업식도 입학식도 없이 시작한 2020년의 봄. 한 번도 겪어본 적 없는 낯선 시대를 살아가기 위해서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혹은 자기 자신에게 꽃다발을 선물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다시는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으리라는 우울한 전망들이 전해지지만,
이 곡이 모두에게 사랑의 꽃다발, 위로의 꽃다발이 되기를 소망한다.

03_ Malaika / Harry Belafonte & Miriam Makeba
말라이카(Malaika)는 스와힐리어로 ‘나의 천사’라는 뜻, ‘연인’을 Malaika라고도 부른다.
그런데 ‘천사’이자 ‘연인’을 의미하는 이 노래는 왜 슬프게 들릴까?
남아프리카공화국에는 청혼하는 남자가 신부의 집에, 소나 염소 같은 재물을 주는 풍습이 있다고 한다. 가난한 청년은 이 재물을 준비할 능력이 없어 사랑하는 연인을 떠나보낼 수밖에 없다. 가난해서 슬픈 청년의 노래, 이룰 수 없는 사랑의 슬픔을 노래하는 곡이 ‘Malaika’다.

‘칼립소의 제왕’ Harry Belafonte (해리 벨라폰테)는 모든 흑인과 카리브 해 사람들의 자부심이다. 카리브 해의 선율과 미국의 정서를 절묘하게 결합하며 스타가 된 그는 자신만의 성공에
만족하지 않고 그들처럼 주류가 아닌 지역의 음악을 세계에 알리는 일에 앞장섰다.
Nana Mouskouri (나나 무스쿠리)와 미국 순회공연을 하며 그녀를 알렸듯이 남아프리카공화국의 Miriam Makeba (미리암 마케바)를 또 세상에 널리 알렸다. 1932년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요하네스버그에서 태어난 Miriam Makeba는 ‘Mama Africa’로 불리는, 아프리카의 상징과도 같은 가수다. 그녀 는 미국에 정착한 뒤에는 코사족과 줄루족의 노래를 서구에 소개하며
아프리카 음악을 알리는데 기여했다.

04_ L’Accordeon / Jon Larsen & Pascal de Loutchek
L’Accordeon의 원 제목은 ‘Одинокая Гармонь (외로운 아코디언)’.
2차 세계 대전이 끝난 뒤 전쟁의 상처에 시름하던 러시아 민중을 위로해준 곡이다.

‘해가 들 때까지 모든 것이 멈추었고, 어딘에선가 길 잃은 아코디언 소리가 들려오고,
누군가를 찾는 것 같지만 찾을 수 없었다’는 쓸쓸한 노래. 전쟁의 아픔이 스며있는 이 노래는
러시아 바리톤 가수 Dmitri Hvorostovsky (드미트리 흐보로스토프스키)가 부른 음반에도
수록되어 있고, 샹송의 전설인 Yves Montand (이브 몽땅)이 ‘Joli Mai (아름다운 5월)’이라는 제목으로 부르기도 했다.

웅혼한 슬픔이 담긴 러시아 민요를 노르웨이의 Jon Larsen (욘 라르센)과 러시아계 프랑스 기타리스트 Pascal de Loutchek (파스칼 드 루첵)의 연주로 듣는다. Jon Larsen은 재즈 기타리스트이자 아마추어 과학 연구원이라는 흥미로운 이력을 가지고 있다.
Pascal de Loutchek은 ‘나 홀로 길을 가네’를 부른 가수 Svetlana (스베틀라나)의 오빠다.
Jon Larsen과 Pascal de Loutchek의 연주는 Dmitri Hvorostovsky의 노래에 담긴 장중함과는 다른 섬세한 슬픔을 연주한다.
아코디언이 미처 다 표현하지 못한 슬픔까지도 두 대의 기타가 어루만져주는 것 같다.

05_ That Day / Karrin Allyson
‘That Day’는 영화 ‘시네마 천국’의 주제곡을 미국의 재즈 보컬리스트 Karrin Allyson
(캐린 앨리슨)이 부른 곡이다. Karrin Allyson의 독특한 음색은 피아노와 작곡을 공부하고
뮤지컬 무대에서 쌓은 경력이 만들어준 것이다. ‘부드러운 터치와 완벽한 억양을 가진 재즈 보컬리스트’라는 찬사를 받는 그녀는 록밴드의 리더이자 재즈 앙상블 멤버로도 꾸준히 활동해 왔다.

영화음악의 거장 Ennio Morricone (엔니오 모리코네)가 작곡한 ‘시네마 천국’의 주제곡을
노래하는 것은 보통의 노래를 부르는 것보다 훨씬 더 부담스러운 선택일 것이다.
그러나 Karrin Allyson은 특유의 매혹적인 목소리로 영화 속의 연인 토토와 엘레나의 사랑을 기품 있게 들려준다.

“사랑이 내게로 오는 것을 환영했습니다.
그리고 다른 모든 것들을 버렸습니다.
당신의 눈을 들여다본 그 날, 나는 알았습니다.
내 사랑을 찾았다는 것을.
그리고 그 사랑을 잃어버릴 것이라는 것도.
그러나 사랑은, 그 사랑을 잃어버린다 해도 가치가 있습니다.
그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06_ Ave Maria / Katia Cardenal
Katia Cardenal (까티아 까르데날)의 음악에는 월드뮤직이 추구하는 이상적인 요소가 다
들어있다. 그녀는 니카라과에서 태어났고, 오빠 Salvador Cardenal (살바도르 카르데날)과
듀엣으로 노래를 불렀다. 노르웨이 외교관과 결혼한 뒤에는 주로 유럽의 무대에서 활동하고 있고, 오빠 Salvador는 니카라과에 남아 자유와 평화의 날을 염원하는 노래를 부르고 있다.

Katia Cardenal은 노래하는 무대가 어느 곳이든 스페인어로 노래한다. 그것이 그녀가 조국을 사랑하는 방식이고, 조국의 노래를 부르는 방식이다. 마치 시를 낭송하는 것 같은 그녀의 목소리는 주로 기타 선율과 멋진 조화를 이룬다. 무릎을 맞대고 앉아 속삭이는 것 같은 서정적인 음색이 잔잔하지만 깊은 울림을 준다.

피아노와 하프가 투명한 공기처럼 펼쳐지고 담담한 Katia Cardenal의 목소리가 이어지는
구노의 ‘Ave Maria’는 불확실한 내일을 살아가야 할 우리에게 도착한 위로의 편지 같다.
언제나 어쿠스틱 사운드를 통해 사랑과 희망을 전달해온 Katia Cardenal,
그녀의 맑고 서정적인 Ave Maria는 이 음반이 전하고 싶은 ‘위로’를 충실하게 담고 있다.

07_ En Vanlig Gronskas Rika Drakt / The Real Group
어김없이 여름이 왔다. 신록이 무성한 여름이 올 때까지 The Real Group (리얼 그룹)의
‘En Vanlig Gronskas Rika Drakt (이 푸른 신록의 옷자락)’을 들으며 견뎌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제목만으로도 푸른 위로를 주는 곡이므로.

북유럽 사람들에게 여름이란, 태양이 이글거리는 곳에 사는 사람들은 짐작할 수도 없는 축복의 계절이다. 그들이 여름 찬송가를 따로 두는 것도 그런 이유일 것이다. 스웨덴에서 가장
사랑받는 여름 찬송가 ‘En Vanlig Gronskas Rika Drakt’는 2010년 스웨덴의 빅토리아 공주가 결혼식을 위해 선택한 찬송가로 더욱 유명해졌다.

여름 풍경, 여름 내음이 고요하게 스며있는 이 곡은 자연의 아름다움으로부터 무한한 위로를 받는 스웨덴 사람들의 정서를 느끼게 한다. 스웨덴 시편 201장 여름 시편을 토대로 만든
이 곡이 무성한 잎새 같은 위로, 바다처럼 푸른 위로를 건넬 수 있기를 소망한다.

08_ Situacoes Triangulares / Bau
서아프리카의 섬나라 카보베르데 출신의 Bau (바우)는 음악학자, 시인, 작곡가 겸 기타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Bau의 음악에서는 현악기가 유난히 빛난다. 그가 기타리스트라는 것,
그리고 전통 현악기를 만드는 장인의 아들이라는 것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어린 시절부터 포르투갈의 현악기인 까바낑유를 연주했던 Bau는 17살에 수도 민델로의 클럽에서 기타리스트로 음악 인생을 시작했고, Cesaria Evora (세자리아 에보라)의 백밴드를 이끌었고, 솔로 활동을 하며 카보베르데를 대표하는 음악가가 되었다.
Bau는 전통 음악을 지키면서 어떻게 세계적인 음악을 만들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카보베르데의 전통 음악 모르나와 콜라데라의 향기가 살아 있으면서도 청중을 어딘가 다른 세계로 이끌어주는 Bau의 음악은 가벼운 듯하면서도 깊고, 상쾌한 듯하면서도 쓸쓸한 여운을 남긴다.

카보베르데의 작곡가 Vasco Martins가 작곡한 ‘Situacoes Triangulares (삼각관계)’는
Bau의 연주로 세계적인 성공을 거둔 곡이다. 이 곡은 John Williams (존 윌리엄스) 등
수많은 기타리스트들이 즐겨 연주하는 곡이고, 알제리 출신의 샹송 가수 Enrico Macias
(앙리코 마시아스)가 ‘La Rumeur (소문)’이라는 제목의 샹송으로 발표한 곡이기도 했다. ‘Situacoes Triangulares’에도 Bau의 현악기는 여전히 감각적으로 담겨 있다.
그의 조국에서 데려온 새소리일까? 아름다운 자연의 소리도 담겨 있는 Bau의 연주가 우리를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곳으로 이끌어주는 듯하다.

09_ No Frontiers / Mary Black
Mary Black (메리 블랙)의 목소리는 아일랜드 음악에 대해 우리가 가지고 있던 고정관념을 내려놓게 한다. 비가 지나간 뒤의 공기처럼 투명한 음색은 아일랜드 전통 음악과 포크 뮤직을 합쳐놓은 듯한 노래에 최적화되어 있다. 대부분의 아일랜드 뮤지션들이 전통 음악을 계승하는 일에 열정을 바칠 때 Mary Black은 다음 세대로 이어줄 새로운 아일랜드 음악 작업에 몰두했다. 젊은 작곡가들과 함께 새로운 아일랜드 음악을 만들고, 그 음악을 세계에 소개하는 선구적인 활동을 해냈다.

1989년에 ’No Frontiers’를 발표하면서 Mary Black은 ‘아일랜드 음악의 새로운 해석자’라는
찬사를 받았다. 가사에는 인생에 대한 깊은 성찰이 담겨 있다. 하늘엔 경계가 없고, 나는 당신의 눈에서 그런 하늘을 보았다는 노래, 우주왕복선 아틀란티스호에 탑승한 우주비행사 짐 뉴먼이 우주로 가져가 들었다는 에피소드가 이 노래를 별처럼 빛나게 한다.
경계가 없는 우주에서, 차별과 억압이 없는 세상을 기원하는 이 맑은 목소리를 듣는 건 얼마나 아름다운 경험일까. 아일랜드를 넘어 세계로, 우주로 뻗어 나간 Mary Black의
‘No Frontiers’. 바이러스로 닫혀버린 국경이 다시 열릴 때 이 곡을 볼륨을 높여 듣고 싶다.

10_ Seeds of Love / Loreena McKennitt
’세상의 모든 음악‘이 첫 방송을 할 때부터 지금까지 변함없이 사랑하는 뮤지션
Loreena McKennitt (로리나 맥케니트). 몽환적이고 신비로운 음악을 창조하는 그녀는 캐나다 출신의 싱어송라이터이자 피아니스트, 하피스트다. 아일랜드와 스코틀랜드 혈통을 가졌기
때문인지 그녀는 켈트 음악의 신비로운 분위기에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여행과 중세에 관한 독서에서도 영감을 받는다는 Loreena McKennitt은 켈틱 하프와 파이프, 아이리쉬 휘슬과
피들 같은 민속 악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자신만의 음악세계를 구축하고 있다.

‘Seeds of Love’는 잉글랜드 구전 민요의 가사에 Loreena McKennitt가 새로운 선율을 붙인 곡이다. ‘봄에 사랑의 씨앗을 뿌렸고, 정원사는 나를 위해 제비꽃과 백합과 분홍꽃을 골라주었지만 결국은 6월에 피어난 한 송이 붉은 장미가 사랑의 꽃이었다’는 가사가 어른들을 위한 동화처럼 다가온다. 우리 동요 ‘고향의 봄’을 연상시키는 도입부 때문에 한 번만 들어도 기억하게 되는 친근한 곡이다.

11_ Intermezzo from ‘Cavalleria Rusticana’ / Arve Tellefsen
이탈리아의 작곡가 마스카니의 오페라 ‘Cavalleria Rusticana’는 부활절을 맞이하는 시칠리아를 배경으로 한 오페라다. ‘Cavalleria Rusticana’는 시골 기사, 시골 남자라는 뜻이다.
가난한 음악도였던 마스카니는 출판사의 단막 오페라 공모에 응모하기 위해 이 오페라를 작곡했지만, 완성하고 난 뒤에는 작품이 마음에 들지 않아 출품하지 않았다. 이를 안타까워한 그의 아내가 몰래 출품을 해서 당선되었고, 마스카니에게 세계적인 명성을 안겨주었다.

‘Cavalleria Rusticana’의 간주곡은 오페라 전체의 명성과 걸맞을 정도로 유명한 곡이다.
복수극이 벌어지기 전에 연주되는 이 곡은 영화감독들이 특별히 사랑하는 곡으로도 알려져 있다. 마틴 스콜세지 감독은 영화 ‘분노의 주먹’에 이 곡을 사용했고,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은 ‘대부’ 3편에서 사랑과 증오와 회한이 교차하는 명장면을 이 곡과 더불어 그려냈다.

‘Cavalleria Rusticana’의 간주곡을 노르웨이의 작곡가이자 전설적인 바이올리니스트
Arve Tellefsen (아르베 텔레프센)의 연주로 듣는다. Arve Tellefsen은 1936년에 노르웨이 트론하임에서 태어났고, 1970년대부터는 오케스트라를 나와 독주자로 활동했다.
빙하처럼 맑고 가슴 서늘한 연주가 돋보이는 ‘Cavalleria Rusticana’ 간주곡, 이 곡을 듣는 순간이 어쩌면 우리 인생의 명장면이 되지 않을까.

12_ Himlen I Min Favn / Mia Gundersen & Oslo Gospel Choir
스웨덴의 국민가수 Carola (카롤라)와 Erik Hillestad (에릭 힐스테드)가 공동으로 작곡한
‘Himlen I Min Favn (내 품 안의 천국)’은 반짝이는 희망과 평화를 소망하는 찬송가다.

“누가 너의 눈동자에 그토록 반짝이는 별빛을 빛나게 했을까?
이 밤, 누가 목동을 위해 어둠을 밝히도록 했을까?
누가 현자들을 마굿간으로 인도했을까?
정녕 네가 하늘에서 내려와 내 품 안의 천국에 잠든 걸까?
모든 사람을 너의 형제이자 자매로 맞이하렴.
사람들이 오로지 사랑과 친절로 너를 맞이하기를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나는 네 곁에 있을게.
너의 나날이 축복받도록 엄마의 기도를 받아주기를...”

Carola의 목소리로 익숙한 이 곡을 노르웨이의 배우이자 가수인 Mia Gundersen (미아 군데션)과 Oslo Gospel Choir의 합창으로 담는다. Mia Gundersen은 1982년에 데뷔했고,
1990년에 뮤지컬 ‘My Fair Lady’의 일라이자 역을 맡으면서 주목을 받았다.
Mia Gundersen의 목소리와 조용한 화음을 이루는 Oslo Gospel Choir는 웅장한 합창보다
더 깊은 감동을 남긴다.

13_ The Star of County Down / Miriam Stockley
Miriam Stockley (미리암 스토클리)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으로 영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뮤지션이다. 12살부터 노래를 부른 그녀는 음반의 코러스 가수로 시작해서 자신의 독자적인 음악 세계를 구축해나간 독특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그녀를 특별한 가수로 만들어준 것은
Karl Jenkins (칼 젠킨스)가 이끄는 프로젝트 그룹 Adiemus (아디에무스)였다.
어디에도 없는 언어로 신비로운 음악을 들려주는 Adiemus의 분위기를 만들어낸 결정적인 힘은 리드 싱어 Miriam Stockley의 목소리에서 나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Miriam Stockley는 1999년에 첫 솔로 앨범 ‘Miriam’을 발표하면서 독자적인 음악 활동을 시작했다. Adiemus 출신답게 영어, 아프리카어, 그리고 추상적인 언어로 노래하는 획기적인 활동으로 주목을 받았다.

‘The Star of County Down’은 아일랜드 민요다.
북아일랜드의 동쪽 주 이름인 County Down의 아름다운 아가씨, 온 마을의 청년들을 설레게 했던 아가씨의 이야기를 담은 이 노래에서도 Miriam Stockley의 신비로운 음색을 마음껏 감상할 수 있다.

14_ Fratello Sole Sorella Luna / Fabiano Maniero
프랑코 제피렐리 감독의 영화 ‘Fratello Sole Sorella Luna’는 아시시의 프란치스코 성인의
생애를 다룬 감동적인 작품이다. 부유한 가문의 아들로 살아가던 프란치스코가 전쟁터에서 돌아온 뒤 프란치스코 수도회를 만들며 성인의 삶을 향해 가는 경건한 발걸음을 담은 이 영화는 이탈리아의 영화음악 작곡가 Riz Ortolani (리즈 오르톨라니)가 작곡한 주제곡으로 더 깊은 울림을 남겼다.

‘Fratello Sole Sorella Luna’ 주제곡은 13세기 성가 ‘Cantico del sol di Francesco
d'Assisi’를 바탕으로 했다. Claudio Baglioni (클라우디오 발리오니)의 목소리로 들었던
이 곡을 이번 앨범에는 Fabiano Maniero (파비아노 마니에로)의 트럼펫 연주로 수록한다.
Fabiano Maniero는 파도바 음악원과 취리히 음악원에서 공부한 트럼펫 연주자로, 특히
오르간 연주자 Silvio Celeghin (실비오 첼레긴)과 함께 할 때 가장 아름다운 연주를 들려준다.

저녁 하늘로 흩어지는 트럼펫 연주와 오르간 소리, 소프라노 Silvia Calzavara (실비아 칼자바라)의 목소리가 고요하고 경건하다. 애써 움켜쥐고 있던 것들을 그만 놓아주고 트럼펫 소리처럼 자유롭고 가난해져도 좋지 않겠는가, 생각하게 한다.
음악의 감동과 더불어 프란치스코 성인의 발자취가 마음에 더 깊이 와 닿는다.

15_ Old Friend / Toots Thielemans
‘가장 작고 가장 소박한 악기로 영혼을 사로잡는 거인’.
하모니카 연주자 Toots Thielemans (투츠 틸레망)을 이렇게 표현해도 좋을 것이다.
1922년에 벨기에 브뤼셀에서 태어난 그는 1950년대에 Benny Goodman (베니 굿맨)의 유럽 투어에 참여하면서 명성을 쌓았다. Toots Thielemans의 터닝 포인트는 1962년. 이 해에 ‘Bluesette’ 앨범을 발표하면서 하모니카를 놀라운 독주악기로 격상시켰다.
Toots Thielemans은 하모니카를 테니스공 같고, 실내용 슬리퍼 같다고 표현한다.
그만큼 작고 친근하고 가까운 악기여서 아침에 일어나 바로 곁에 있는 이 악기를 들고 연주하면 되는 것이 너무나 좋다고 말한다. 세계 정상급 뮤지션들과의 협업도 그를 빛나게 했고,
영화음악 분야에서의 활동도 인상적이었지만, 아침에 막 잠에서 깨어 편안한 티셔츠 차림으로
하모니카를 연주하는 Toots Thielemans은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가장 행복한 아티스트가 아닐까.

Toots Thielemans이 연주하는 하모니카는 언제나 수많은 추억을 데리고 온다.
어린 시절과 첫사랑과 고독하던 밤의 기억들을 불러오는 하모니카.
이 음반에 수록한 ‘Old Friend’는 하모니카만이 들려줄 수 있는 그리움과 떨림을 담은 명곡이다. Toots Thielemans은 ‘Old Friend’를 ‘나의 아베 마리아’라고 표현한다.
노장의 숨결이 스민 그윽한 곡,
오랜 친구들과 음악으로 연결된 친밀한 사람들이 하나씩 떠오르는 곡이다.

16_ Amazing Grace / Carlos Nakai
Amazing Grace는 인류가 힘겨운 시련에 부딪힐 때마다 불렀던 노래다.
찬송가로 시작되었으나 종교와 민족을 초월한 노래,
위로가 필요한 사람이 부르고,
위로가 필요할 사람을 위해 불러주는 구원의 노래가 되었다.

이 곡은 영국의 성공회 사제 존 뉴턴이 흑인 노예무역에 관여했던 지난날을 참회하며 만든 찬송가다. 훗날 아메리카 원주민 체로키 족이 인디언 보호구역으로 추방되는 ‘눈물의 길’을 갈 때 체로키어로 번역된 이 노래를 부르며 갔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남북전쟁 때도 남군과 북군 모두 이 노래를 불렀고, 흑인 인권운동이 펼쳐질 때도 Mahalia Jakson (마할리아 잭슨)이 이 곡을 부르며 용기와 위안을 주었다.

인디언 플루트를 연주하는 Carlos Nakai (카를로스 나카이)는 나바호족 출신의 뮤지션이자 문화인류학자다. 트럼펫을 공부한 뒤 북아메리카 원주민 플루트를 연구한 Carlos Nakai는
아메리카 원주민 음악의 연구자로, 또한 전통 악기 연주자로 최고의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삼림지대와 평원에 살았던 모든 원주민의 전통 음악을 연구하는 그는 조상과 자연에 대한 경외감, 신화나 전설을 음악에 담는다. 티베트와 안데스 음악에도 조예가 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눈을 감고 Carlos Nakai가 들려주는 Amazing Grace에 영혼을 맡기면 깊고 푸른 위로가
우리에게로 오는 걸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글 / 김 미 라 (KBS 클래식 FM 세상의 모든 음악 작가)



 

[세상의 모든 음악 12집 - 친애하는 당신에게]


음반소개
세상의 모든 음악 12
20th Anniversary

'친애하는 당신에게‘


매일 ‘오늘 하루도 수고 많으셨습니다’라고 인사를 전하는 오프닝 멘트와 함께 오랫동안 KBS CLASSIC FM(수도권 93.1MHz)의 저녁을 책임져 온 인기 프로그램 [세상의 모든 음악]이 12번째 음반을 발매했다.

이번 앨범에는 ‘친애하는 당신에게...’라는 주제 하에 Karoline Kruger의 ‘En Drøm Er Aldri Utro’와 Lila Downs의 ‘La Sandunga’, Waldemar Bastos의 ‘M'Biri! M'Biri!’, 푸딩의 ‘If I Could Meet Again’ 등 그동안 프로그램을 통해 사랑받아온 17곡이 빼곡히 담겼다.

특히 이번 12집은 방송 시작 20년을 맞아 발매하는 20주년 기념음반으로 그동안 나온 11장과 한데 묶은 12장짜리 박스세트로도 동시에 발매되어 프로그램 애청자들은 물론 음악을 사랑하는 애호가들을 위한 아주 특별한 선물이 될 전망이다.


어린 나무를 심어 스무 해가 되면 커다란 나무가 되어
그 품이 넉넉해져 사람을 안을 수 있습니다
당신이 이 나무 아래에서 평안하기를 바랍니다.
우리가 생을 갈 때 꼭 챙겨가야 할 준비물 중 하나, 음악.
그들에게 큰 위로와 힘을 주었던 음악을
친애하는 당신에게 전합니다.


-음반 서문 중에서-


매일 저녁 6시, 헤드폰을 쓰고 마이크를 고정시키고, 마치 잔잔히 물결치듯 아르페지오로 시작되는 ‘Tiger in the Night’를 들으며 ‘오늘 하루도 수고 많으셨습니다.’라고 인사드린 지 벌써 7년이 넘었습니다.

매일매일 큐시트 두 장에 꽉 찬 음악들을 한 곡도 소홀히 하지 않고 정성껏 전해드리려 노력하고 있는데요, 그렇게 방송을 통해 함께한 수많은 음악 중에서도 엄선된 곡들로 채워진 ‘세상의 모든 음악’ 음반들은 어느 하나 빠짐없이 소중합니다.

특별히 방송 20주년에 맞춰 제작된 이번 12집 또한 따뜻한 선물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시는 청취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매일매일 작은 위로의 음악으로 보답하겠습니다.

진행자 전기현


20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스무 살입니다. 세상의 모든 음악이 사람으로 치면 성년의 나이가 되었습니다.
20주년을 맞아 세상의 모든 음악에서 12번째 음반을 준비했습니다. 수없이 많은 좋은 음악들 중에서 고민 끝에 고르고 고른 17곡을 담았습니다.

그동안 여러 차례 제작진이 바뀌었지만, 단 한 번도 최선을 다하지 않은 적이 없었음을 믿어 의심치 않기에 이번에도 같은 마음으로 준비했다 말씀드리겠습니다. 여기 이 노래들과 거기에 담긴 우리들의 진심이 당신의 마음 한켠에 따뜻하게 스미기를 바랍니다.

코로나-19라는, 살면서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지난한 팬데믹의 터널을 통과하고 있습니다. 속절없이 답답하고 막막한 시절입니다. 그래도 우리의 안녕을 묻고 위로를 전하고 평온을 선물하는 음악이 있어 참 다행입니다. 음악만큼 큰 위로가 되는 친구가 없음을 새삼 깨닫는 요즘입니다. 세상의 모든 음악은 그 고마운 음악들의 충직한 배달부가 되겠습니다.

나이를 먹을수록 변치 않는 것, 변함없는 것, 그대로인 것을 찾게 됩니다. 이제 좀처럼 그런 것들을 주변에서 쉬이 찾을 수 없기에 그리움은 더욱 깊어만 갑니다. 지금까지 스무 해를 건너왔듯 앞으로도 세상의 모든 음악이 언제나 이 자리에 오래도록 머물기를, 그리하여 누구라도 생각나면 찾아와 편히 쉬고 위로받을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하루하루 평안하고 행복하세요.


KBS 클래식FM [세상의 모든 음악] 프로듀서 정일서


[수록곡 해설]

01. En Drom Er Aldri Utro / Karoline Kruger
한 번도 대면한 적 없지만 함께 동시대를 살면서 성장하고 변화하고 나이 들어가는 아티스트의 모습을 지켜보는 일은 생이 주는 은은한 선물이다. 카롤리네 크루거가 이십 대에 영어로 부른 영화 [유 콜 잇 러브]의 주제가 ‘You Call It Love’와 중년에 모국어인 노르웨이어로 “꿈은 절대로 속이지 않아요”라고 부르는 노래를 비교해서 들으면 하나의 시대가 필름처럼 흘러 가는듯하다. 그녀의 음색과 가슴을 훑는 플라멩코 기타 선율에 마음을 내주면 노래가 다 끝났을 즈음 아이러니하게도 슬픔으로 후련해진다. 노르웨이를 대표하는 또 다른 싱어송라이터 지그바르트 닥슬란과 부부이기도 하다.

02. Kinder Jorn / Yaacov Shapiro
나라는 잃었으나 모국어를 잃지 않고 천년이 넘는 세월을 지낸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또 어떻게 가능했을까. 이스라엘의 가수이자 배우인 야코브 샤피로가 이디시어로 부르는 노래는 설령 사라진다 해도 존재할 수 있다고, 우리가 계속 노래하고 이야기함으로써 영원할 수 있다고 들려준다. 우리의 킨데르 요른(어린 시절)처럼. 그 여운은 야코브 샤피로의 음성처럼 나지막한 가운데 반짝인다.

03. Rainbow in the Sky / Zaha Torte
베토벤이 작은 오케스트라라고 불렀던 기타와 독일어로 ‘화음(Akkord)’에 어원을 둔 아코디언 그리고 사람의 음성에 가장 가까운 음색을 가진 첼로, 이 세 가지 악기의 연주가 무지개처럼 다채롭고 풍성하게 어우러져 우리를 끊임없이 밑으로 잡아당기는 중력으로부터 잠시 놓여나게 한다. 하늘에 금이라도 간 듯 비 온 뒤에 말갛게 갠 하늘에 뜬 무지개의 약속을 기억하라고. 자꾸 기억이 희미해질 거 같으면 이 음악을 들으며 ‘자하 토르테(진한 초콜릿 케이크)’를 한입 먹어도 좋지 않을까.

04. Flor de Lino / Pablo Ziegler & Quique Sinesi
두 사람이 추는 춤, 탱고. 서로의 몸이 잠시 떨어질 수는 있어도 몸의 일부라도 반드시 닿아 있어야 하고 눈길을 떼어서는 안 된다. “탱고는 고결하다”고 했던 아스토르 피아졸라의 밴드에서 피아니스트였던 파블로 지글러와 기타리스트 끼께 시네시가 탱고 음악 ‘Flor de Lino(아마꽃)’을 재즈풍으로 편곡해 연주한다. 가녀리지만 쉽게 꺾이지 않으며 사람들에게 섬유를 제공해주는 연보랏빛 아마꽃을 연상해도 좋겠다. 이 꽃의 꽃말은 ‘감사’이다.

05. La Sandunga / Lila Downs
멕시코의 세계적인 디바 릴라 다운스, 그녀에게 음악이란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이었다. 멕시코 원주민인 어머니와 스코틀랜드계 미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메스티소로 미국에서 자랐지만, 재즈와 블루스 등 다양한 음악 장르를 순례하며 최종적으로 찾은 정체성은 멕시코 원주민의 전통음악, 란체라였다. 그중 ‘La Sandunga(라 산둥가)’는 멕시코 남동부 테우안테펙 지방의 전통 춤곡으로 깊은 감정과 긴 호흡으로 불렀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세계 각국에는 이처럼 옛날에 농민들이 고된 일과를 마친 뒤,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면서 하루의 피로를 녹여낸 음악들이 있었다.

06. Sabor a Mi / Angel Parra
칠레에서 ‘파라(Parra)’라는 패밀리 네임은 라틴아메리카의 문화 운동인 누에바 칸시온의 대명사와 같다. 세음 청취자들이 특히 사랑하는 노래 ‘Gracias a la Vida’를 작사·작곡·노래한 비올레타 파라가 초석을 다졌다면 그녀의 아들·딸인 이사벨 파라와 앙헬 파라는 산티아고에 [La Pena de los Parra (파라 가족의 동아리)]라는 음악·문화공간을 마련했고 누에바 칸시온의 중심지가 되었다. 그러나 1973년 피노체트의 군부 쿠데타가 일어나면서 누에바 칸시온의 음악가들은 빅토르 하라와 같은 비극을 피하기 위해 조국을 떠나야 했다.

‘Sabor a Mi(내게 준 맛)’은 멕시코의 싱어송라이터 알바로 까리요가 연인과 격정적으로 나눈 ‘키스’를 모티브로 만든 노래다. 루이스 미겔이 리메이크해서 세계적으로 히트하기도 했다. 노래 속 주인공처럼 비록 가난해서 헤어졌어도 한 시절 사랑했던 연인들에게는 깊이 각인돼 있을 당신의 느낌 그리고 당신에게도 각인돼 있을 나의 느낌. 이 노래가 오랜 세월이 흘러도 잊히지 않는 추억의 한 자락을 슬며시 들친다.

07. El Dia Que Me Quieras / Susana Pena
그 여자애를 보는 순간 종소리가 들렸어요! 정말이라니까요! 한 소년이 놀라운 경험을 고백했을 때 어른들이 슬며시 미소를 지었다면 믿지 못해서가 아니라 그 부푼 마음을 잘 알기 때문이다. 세상에서 가장 달콤한 몽상은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좋아한다면…” 아르헨티나 탱고 음악의 거장 카를로스 가르델이 작곡하고 불렀던 ‘El Dia Que Me Quieras(당신이 나를 사랑해 줄 그날)’은 라틴어권 가수들은 물론 성악가들도 많이 리메이크해서 불렀다. 이제는 국내에도 익숙한 에콰도르의 가수 수사나 페냐가 부르는 노래는 간절하게 달콤하다. “당신이 나를 사랑해 줄 그날 노래하는 새는 음색을 가다듬고 인생은 꽃을 피울 거예요. 아픔은 없을 거예요. 당신이 나를 사랑해 줄 그날.”

08. Canto Antigo / 신지아, 이성우 & Oliver Fartach-Naini
바이올리니스트 신지아의 프로젝트 명칭이자 음반·음악 제목인 ‘Canto Antigo(칸토 안티고)’는 포르투갈어로 ‘오래된 노래’이다. 남미의 숨은 노래를 발굴해 기타 듀오인 이성우 & 올리버 파르타쉬 나이니가 함께 연주했다. 동명의 곡은 원래 브라질 민요로 볼리비아의 클래식 기타리스트이자 작곡가 하이메 세나몬이 다듬었다. 이 프로젝트에 대해 올리버 파르타쉬 나이니는 이렇게 설명했다. “칸토 안티고는 다양한 대륙과 문화를 거치는 인류의 여정을 탐험하는 하나의 여정이다. 연주자들의 손에서 옛것은 새것이 되고, 음악은 물리적 국경을 초월한 인간의 목소리가 된다.”

09. El Testament d'Amelia / The Rosenberg Trio
‘아멜리아의 유언(El Testament d'Amelia)’은 스페인 카탈루냐의 전래 민요이다. 카탈루냐 사람들은 자신들을 소개할 때 결코 스페인 출신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그들의 조국은 여전히 카탈루냐이다. 카탈루냐에서는 클래식 기타곡이 발달했는데 네덜란드 출신의 로젠버그 트리오가 관현악에 반도네온이 가미된 아련한 편곡 위에 연주했다. 아멜리아는 잉글랜드 조지 3세의 막내딸이다. 계모가 어린 아멜리아에게 독을 묻힌 카네이션을 선물해서 서서히 죽어 가는데 유서를 남기라고 재촉한다. 그러자 공주가 프랑스에 있는 7개의 성을 비롯해 자신의 모든 재산을 아버지와 오빠, 그리고 가난한 사람들과 순례자들에게 기부하겠다면서 새어머니에게는 아무것도 남기지 않겠다고 말하면서 숨을 거두는 이야기다. 이 음악에서 아멜리아 역은 스토헬로 로젠버그와 누셰 로젠버그의 기타 연주이다. 그 선율이 억울한 죽음을 앞둔 어린 공주의 감정을 따라간다.

10. Sonet / Maria Del Mar Bonet
지중해 서부에는 마요르카, 메노르카, 이비사 등 10여 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발레아레스 제도’가 있는데 아름다운 풍경과 온화한 기후 덕분에 유럽에서도 손꼽히는 휴양지이다. 이곳의 주도 팔마에서 태어난 싱어송라이터 마리아 델 마르 보네는 프랑코 독재 정권 시절에 카탈루냐어로 노래하며 많은 민속 음악을 불렀다. 소네트는 정형시의 대표적인 형식으로 유명하지만 본디 짧은 노래, 혹은 작은 소리라는 뜻으로 13세기 이탈리아 민요에서 파생되었다. 오래된 정원에 앉아 바람의 결을 헤아리듯 섬세한 감정으로 부르는 보컬은 오늘 하루 이만하면 괜찮지 않으냐고 편안하게 잠을 이루라고 마음을 어루만진다.

11. Despues de Todo / La Buena Vida
걱정이나 탈이 없고 무사히 잘 있다는 느낌, ‘평안’은 기쁨의 감정이다. 특별히 기쁜 일이 있는 건 아니지만 내 마음이 절로 “아! 참 좋다.” 할 때의 마음. 1988년 스페인 바스크 지방의 산 세바스티안에서 여섯 명이 밴드를 결성하고 La Buena Vida(좋은 인생)라는 이름을 지었을 때 우리에게 들려주고 싶었던 음악이 그런 평안을 담은 곡들이 아니었을까.
이란추 발렌시아가 곁에 앉아 토닥이듯 부르는 보컬에 실린 이 노래의 마지막 가사는 이러하다. “모든 것이 다 끝나고 더 이상 기억할 것이 없게 되었을 때 우리는 어려움 없이 이야기할 수 있을 거예요.”

12. Algemas / Katia Guerreiro
‘사우다드Saudade’, 이 말에 담긴 포르투갈의 정서를 정확히 한국어로 옮기긴 힘들다. 우리의 ‘한’이나 ‘정’을 외국어로 정확히 옮기기 힘든 것처럼. ‘향수’나 ‘그리움’으로 번역하기는 하는데 깊이 그리워하는 대상이 사람뿐 아니라 공간, 대상, 관념까지 될 수 있고 더 멀리 가면 경험한 것뿐 아니라 경험하지 못한 것, 과거에 이루지 못한 것뿐 아니라 이미 이룬 것까지 아우른다. 이처럼 깊고도 넓은 감정 사우다드를 담은 노래 파두, 1977년생인 카치아 게헤이루는 아멜리아 로드리게스를 잇는 정통 파두 가수로 꼽힌다. 가슴에 파묻힌 사우다드를 끌어올려 뜨겁게 부르는 이 노래 ‘알제마스Algemas’는 ‘구속’이라는 의미. 그녀가 노래한다. “인생이란 미완성이랍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해내는 이것은 삶의 고통일 뿐 아무것으로도 보상될 수 없답니다.”

13. M'Biri! M'Biri! / Waldemar Bastos
발데마르 바스토스가 부르는 노래에는 이런 수식어가 붙는다. “자이르 초원에서 울부짖는 카탕가 사자의 목소리”, 그는 스스로에 대해 모순 과잉이라면서 이처럼 소개한다. “나는 조국을 사랑하지만 조국은 나를 내쫓았고 나는 항상 마음이 아픈 사람이지만 항상 웃을 줄 압니다.” 조국 앙골라가 포르투갈의 식민지로 있을 때 태어났고 스물여덟 살 때 군부세력의 통치가 시작되면서 포르투갈로 망명했다. 그리고 2020년 9월 리스본에서 66세를 일기로 눈을 감을 때까지 오랜 세월 동안 앙골라 사람들을 위해 부족들의 전승민요를 불렀고 브라질, 쿠바, 유럽 등 세계 여러 나라의 음악을 접목시켜 세계적으로 큰 사랑을 받았다. ‘M'Biri! M'Biri!’가 담긴 음반 [Classics of My Soul]은 세계적인 프로듀서이자 작곡가 데렉 나모토가 참여했고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협연으로 숭고한 아름다움을 더했다.

14. Magnificat / Giorgia Fumanti
마니피카트Magnificat는 라틴어로 찬미, 찬양이라는 뜻이다. 마리아가 천사로부터 자신이 신의 아들을 잉태할 것이며 사촌 엘리사벳도 임신할 것이라는 말을 듣고 엘리사벳을 찾아가 함께 “내 영혼이 주를 찬양하며”라는 구절로 감사의 기도를 올리는데 첫음절이 마니피카트였던 데서 시작되었다. 성모 찬가로 장르가 된 마니피카트의 전통은 조스캥 데 프레(1440~1521)부터 존 루터(1945~)까지 이어지고 있으며 비발디· 바흐· 모차르트· 슈베르트· 리스트· 브루크너 등이 각각 다른 버전으로 작곡했다. 이탈리아의 팝페라 소프라노 지오르지아 푸만티가 부르는 마니피카트는 이탈리아의 가톨릭 신부이자 작곡가인 마르코 프리지나의 곡으로 마치 진흙탕 속에서 연꽃이 피어나는 듯 영혼의 정화와 평화로움을 준다.

15. Una Nueva Vida / Lito Vitale Cuarteto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앞에 놓인 인생은 늘 미지의 세계이다. 처음 먹는 ‘나이’이고 처음 그 나이를 먹은 ‘나’니까. 아르헨티나의 건반 연주자이자 작곡가 리토 비탈레가 이끄는 쿼텟의 연주 ‘새로운 인생 Una Nueva Vida’. 이 길을 안내하는 이는 잉카의 전통 악기로 알려진 목관악기 삼포냐이다. 삼포냐 연주 소리가 하늘을 자유롭게 나는 새가 되어 투명한 초록의 향연으로 이끈다. 이 음악을 들을 때는 볼륨을 한껏 올려도 좋겠다. 만약 조금은 갑갑하거나 우울하다면 그 감정을 털어내고 새로운 마음을 먹을 수 있는 모멘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16. Cancion de Otono / Jose Maria Vitier & Pablo Milanes
칠레와 아르헨티나에 누에바 칸시온이 있다면 쿠바에는 누에바 트로바가 있다. 쿠바의 음악은 쿠바혁명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이전의 음악이 맘보, 차차차, 쏜, 볼레로 등과 같은 풍부한 리듬을 가진 춤곡이었다면 혁명 이후에는 낭만적인 화성과 시적인 가사를 특징으로 하는 누에바 트로바가 197,80년대에 주류 음악으로 떠올랐는데 트로바 Trova는 서정시, 발라드라는 뜻이다. 이를 이끈 가수가 실비오 로드리게스와 파블로 밀라네스였다. 둘은 함께 연가 ‘욜란다(Yolanda)’를 부르기도 했다. 파블로 밀라네스가 이번에는 쿠바의 영화 음악가이자 피아니스트인 호세 마리아 비티에르의 연주와 함께 ‘가을의 노래(Cancion de Otono)’를 부른다. 꽃의 계절과 태양의 계절을 지나 잠시 몸을 돌려 지금까지 온 길을 돌아보는 계절, 후반부로 갈수록 비티에르의 연주가 뜨거워지고 한순간에 끝이 난다. 단풍마저 다 지고 텅 비어버린 그 어느 가을날처럼.

17. If I Could Meet Again / 푸딩(Pudding)
‘푸디토리움’이라는 예명으로도 활동 중인 작곡가이자 뮤지션 김정범이 리더로 있는 5인조 팝재즈 밴드 푸딩의 2003년도 데뷔 음반 수록곡이다. 세월이 흐를수록 사랑을 받아 지난 2021년에 리마스터링 확장판으로 발매되기도 했다. 푸딩은 밴드 이름 앞에 “New Nature of Sound”라는 말을 꼭 덧붙이는데 기존에 있던 소리, 잊힌 소리를 되찾는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어쿠스틱 악기만으로 편성해 심플한 코드로 진행되는 자연스러운 선율은 가볍고 부드러운 울림을 전달한다. 다시 보고 싶은 마음을 약속 대신 미소로 지어 보이는 것처럼.


글 _ ‘세상의 모든 음악’ 작가 유선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