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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박병성님의 시와 함께

[박병성시집] 07. 1부-전화

by 소리행복나눔이 2023. 7. 27.

[박병성시집] 07. 1부-전화

                                                                        이연실-찔레꽃+엄마엄마



<전화>

회사 가까운 來美安아파트 옆
비좁은 담 모퉁이

오늘도 어김없이 오뉴월 땡볕 등으로 받으며
상추 오이 깻잎 고추 파 갖다 파는 노인네,
점심 드실 시간인가 보다

 


허연 비닐봉지에 싼 허연 찐 감자 몇 개
플라스틱 찬합엔 온통 허연 김치뿐,
이윽고 파뿌리 성긴 머리칼

꾹꾹 누른 고개 한번 들지 않던 노인네
낮달맞이꽃 연노랑 빛 연한 미소 얼굴에 번진다
휴대전화에 저장된 웃음 눈가에서 펼치며
기다렸다는 듯이 전화를 받는다

“그래 아가, 난 밥 많이 묵었다 니도 점심 잘 묵었제?”
시집간 딸내미는 노상 엄마가 걱정이다

노인네는 끼니때마다 오는 전화
조금 늦게라도 받을 양이면
가슴부터 쓸어내릴 딸내미가

늘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