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성시집] 07. 1부-전화
이연실-찔레꽃+엄마엄마
<전화>
회사 가까운 來美安아파트 옆
비좁은 담 모퉁이
오늘도 어김없이 오뉴월 땡볕 등으로 받으며
상추 오이 깻잎 고추 파 갖다 파는 노인네,
점심 드실 시간인가 보다
허연 비닐봉지에 싼 허연 찐 감자 몇 개
플라스틱 찬합엔 온통 허연 김치뿐,
이윽고 파뿌리 성긴 머리칼
꾹꾹 누른 고개 한번 들지 않던 노인네
낮달맞이꽃 연노랑 빛 연한 미소 얼굴에 번진다
휴대전화에 저장된 웃음 눈가에서 펼치며
기다렸다는 듯이 전화를 받는다
“그래 아가, 난 밥 많이 묵었다 니도 점심 잘 묵었제?”
시집간 딸내미는 노상 엄마가 걱정이다
노인네는 끼니때마다 오는 전화
조금 늦게라도 받을 양이면
가슴부터 쓸어내릴 딸내미가
늘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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