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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박병성님의 시와 함께

[박병성시집] 09. 어느 여름 북한산

by 소리행복나눔이 2023. 8. 9.

어느 여름 북한산

 

                                                                            김민기-봉우리


여름 산에서는 느닷없이 소낙비를 만나도 좋다 
골짜기 물은 울컥울컥 울음소리로 떠나는가 
차마 인연의 끈 놓지 못한 듯
작별 인사처럼 잎새에서 후드득후드득 요란하다 

정상으로 가는 길 앞에서 입산 금지령이 내리고
산은 골짜기에 쏟아지는 물을 데리고 
이제 그만 도시로 내려가라 한다


나무가 머금은 물비린내와
오뉴월 뜨거운 열기에 쥐어짜진
땀 누린내 뒤섞인 한증막 속에 숨이 막힌다 

두려움에 등 떠밀려 뒤돌아보지 못하고
도시로 가는 길목에서 그러나
어쩌다 불어오는 한 줄기 바람에
나는 어느새 탁한 도시, 내 안에 품고 있다 


북한산은
오욕汚辱의 도시, 서울을 허락하지 않는
적막한 산이 아니다 

너와 나의 치열에 찌든 도시
등에 짊어진 군상들
바람결에 떠도는 흉흉한 소문들 내려놓고 
빗물로 정화된 산을 데리고 내려오므로

비가 그친 삽상한 오후 
도시는 다시 활기를 찾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