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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박병성님의 시와 함께

[박병성시집] 10. 대나무 숲은 울음소리로 서늘하다

by 소리행복나눔이 2023. 8. 14.

 

 

대나무 숲은 울음소리로 서늘하다

                                                            흐린 가을하늘에 편지를 써-동물원(1989)


 

대나무 숲은 울음소리로 서늘하다



한여름 대낮 대나무 숲에는 
퉁소 소리 같은 바람이 서늘하다   


임진년 민중의 활시위 소리와 
동학년 농민의 죽창에서 들리는 
함성과 함께 서늘하다


매화 합죽선 펼치며 나는 듯 휘도는 
관비官婢의 부챗살에서도
시누대 서슬 퍼런 바람 불어 서늘한 
몽중헌夢中軒의 오후


세상의 껴안지 못한 아픔들
그 뒷장 이야기들로 자꾸 흔들리는 대나무, 
대나무 숲은 세피리 울음소리로 서늘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