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
매미
-부엉이바위에서
한때는 살아남기 위해서 몸부림쳤었다
그래서 아우성 속 도시의
온갖 혼탁한 소리들을 이기기 위해
목청껏 외쳤던 것이다
한때는 화려한 비상을 꿈꾸며 살아온
어둠의 세월이 의례의 시작인 줄 알았다
그 동굴 박차 나서면
푸른 숲의 바다를 거침없이 비상할 줄 알았다
땅강아지의 강한 이빨도
박쥐의 날카로운 부리도
오직 비단 날개를 꿈꾸며 이겨온 세월이었으니
그깟 거미줄 따위가 위태로울 수 있었을까
그러나
기대의 무너짐으로 지친 어깨 기대선
더는 오르지 못할 왕릉의 바위산 끝자락에서 매미는
아무렇지 않게 흰 구름 유유悠悠하는
멀쩡하게 푸른 하늘이 싫어 이제는
휘어진 소나무 둥치 보듬고 피눈물로 우는 것이다
그리고 보란 듯이
왕조의 그늘에 인고의 허물인 양
비석 하나 뉘어두고
흙수저 상두꾼, 곡비들의 곡소리와 함께
다시 꿈꾸던 세계로 돌아가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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