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유(IU)-가을 아침
가을로 가는 산길
가을 산은 주인이 없는 게 아니다
조심조심 오를 일이다
바람도 숨죽이며 가람伽藍으로 가는 길
문수사 풍경소리 귓등으로 듣고서
길섶에서 뒹구는 도토리 하나
무심히 밟고 가선 안 될 일이다
문수보살 햇살 공양에 살진 가을 입에 물고
빛바랜 단청 색깔 가을을 지나는
다람쥐도 청솔모도 분주한 하루
제 것 다 내주고
해마다 옷을 벗는 상수리나무는
더는 내줄 것 없어 벌거벗은 몸 감추려
자신을 땅에 묻었다는 지장보살
오늘도 박새란 놈 부처님 머리에 앉아
보시인 양 황금 똥을 싸제쳐도
겨우살이 준비로 걸음걸이 바쁜 스님
바람도 숨죽이며 두고 가는 가을,
가을 산은 어디나 도량道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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