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줄기 먼지로 일어서는 햇살>
[시인:박병성]
한 줄기 먼지로 일어서는 햇살
머리에 여러 생각 구깃구깃 담아두면
가슴에는 곰팡이가 슨다
때로는 가슴 한 켠에 창 하나 열고
한 줄기 먼지로 오는 햇살에 벗겨진
고집으로 병든 마음 꺼내 말리자
가둬놓지 말자
목구멍에 가시로 걸려있는 말들도
푸른 하늘 스치는 바람결에 흐르게 하자
거꾸로 가는 세상 지켜만 보다
부유하는 먼지 뭉쳐 불쏘시개 되어
까맣게 타서 숯이 돼가는
이글거리는 가슴도 식혀주리
그리고 가끔은 믿을 수 없는 사랑
아래로 아래로 물 흐르듯 흐르는 대로 놔두자
부석부석 먼지 이는 메마른 가슴에 언젠가
한 줄기 빗물에도 다시 젖어지는 게 사랑
고여도 썩지 않는 것이 사랑 아니던가
때가 되면 얼치기 정치꾼들
난장을 벌이는 시장판
사랑으로 사랑할 줄 모르는
외딴 그 섬에도
뼛속까지 장대비는 내리고
반성하지 않는 시대를 사느니
먼지처럼 묻어있다 어느 봄날
한 줄기 먼지로 일어서는 햇살이면 어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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