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는 눈물이 있는가
매미는 눈물이 있는가
땅속 벌레가 벗은 7년 생애의 허물이
길어야 스무 날 살 매미의 몸보다 가볍다니
그래서 누군가 보듬고 울고 싶었던 것이다
스무 날 삶의 무게가
7년 어둠의 생애보다 무거워 우는 것이다
메타세콰이어 우듬지에는 못 오르고
머잖아 귀뚜라미 소리에 얹혀 노을빛으로 익어갈
벚나무 둥치 보듬고 우는 까닭은
해마다 웃음소리로 피어나는
벚꽃나무 껍질 속 부드러운 살결에다 삶의 흔적 남기고
짧은 스무 날이 그래서 가장 행복했노라
소리 소리치는 것이다
허물을 벗으면서 죽을 날이 머잖다는 걸 아는 매미는
소리 내어 울어대지만
흘릴 눈물도 없어 소리 소리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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